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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에 옷 대여, 이거다 싶어 후다닥 서둘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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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조은 사장은 “회사 취직에 나이 제한이 있을지 몰라도 창업시장에선 나이는 의미 없다”고 말한다. ‘12웨어’에서 선보인 옷에 둘러싸여 있는 김 사장. [강정현 기자]

“창업에 나이는 의미 없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온라인 의류 대여 회사인 스타일인사이트 김조은(24) 사장의 말이다. 물류 창고와 사무실을 겸한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그는 온라인으로 옷을 빌려주는 ‘12웨어’를 운영하고 있는 휴학생 사장이다. 서울대 의류학과 2학년을 다니던 2012년 창업을 결심하고 휴학했다. 학교 창업 동아리 ‘학생벤처네트워크(SNUSV)’에서 정보도 나누고 사업을 함께 할 동료도 찾았다.

 김 사장은 6개월간 시범 운영(베타 서비스)을 거쳐 2주일 전 ‘12웨어’ 사이트를 정식으로 열었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일상복을 대여해주는 업체다. 인터넷으로 옷을 고르면 택배로 배송해준다. 세탁 전문 업체와 제휴해 항상 깔끔하고 청결한 옷을 보장한다.”

 갓 개업했지만 하루 방문 회원이 2000명을 넘어설 만큼 반응이 좋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 이른 시기지만 김 사장은 ‘순항’이라고 자신한다. “충성 고객도 생겼다. ‘이런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애로 사항이 접수됐을 때마저도 희열을 느낀다. 발전 가능성이 있고 여러 고객이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실패를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2013년 6월 고객 각각에 맞는 의상을 제안하고 판매로도 연계하는 스타일 큐레이션 사이트 ‘몬스타일’을 열었다. 휴학 후 1년을 꼬박 매달려 준비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익이 제로였고, 한 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김 사장은 실패의 이유를 곰곰이 짚어봤다. 기획할 당시엔 참신한 사업이었지만 준비하는 동안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무수히 생겨났다. 이미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 주목 받기란 어려웠다. 타이밍의 중요성을 그때 깨달았다. 두 번째 도전하는 의류 대여 사업은 속전속결로 해냈다. “몇 번 못 입고 유행에 따라 버려지는 옷이 많다. 불황과 맞물려 패스트패션(SPA)이 주목 받았는데 그 다음은 의상에 공유 경제를 접목한 대여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2012년부터 활성화한 시장이다.” 김 사장은 자신과 같은 학생이 모여 만든 젊은 회사였던 덕에 빠른 판단과 실행이 가능했다고 얘기한다.

 스물과 스물다섯.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가 회사를 처음 연 나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를 주름 잡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 회사는 20대가 일으켰다. 하지만 한국 창업시장에서 젊은 나이는 장점이 아닌 장벽일 때가 많다. 김 사장이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다. 이번 사업을 준비하면서 김 사장은 옷을 납품 받을 의류회사와 신진 디자이너 업체 200군데와 접촉했다. 이 가운데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은 단 세 곳이었다.

 “무시 당하는 건 예사다. 아예 만나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영업 기술이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린 아이들이 무슨 사업’이란 반응이 주였다. 자금을 지원 받으려 할 때도 직접적으로 보이는 수치를 강조하는 곳도 많았다. 창업 회사로선 벽이었다.”

 그래도 김 사장은 “겁은 나지만 엄청 재밌다”며 눈을 빛낸다. 새벽 서너 시까지 잠 안자고 일을 해야할 때도 많지만 자신의 손으로 일군 사업인 만큼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글=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스타일인사이트는

의류 대여 전문몰 ‘12웨어(http://12wear.kr)’를 운영하는 회사. ‘12웨어’란 이름은 ‘원 투 웨어(want to wear)’의 뜻도 담고 있다. 일정액을 받고 옷을 빌려주는 업체다. 온라인에서 의상을 선택하면 택배로 부쳐준다. 회사에서 입은 옷을 받아 세탁한 다음 다른 고객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주머니는 가벼운데 패션에 민감한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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