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파행 … 공연장 긴급 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 4일 개막,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 중인 ‘제36회 서울연극제’가 파행을 빚고 있다. 공식 참가작 일곱 편 중 두 편의 공연장으로 예정됐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안전을 이유로 11일 임시 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코예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산하 공연예술센터가 대체 공연장을 제시했지만, 모두 소극장인데다 일정조차 맞지 않았다”며 “이번 연극제에서 예술위 소속 극장과 대체 극장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작품 세 편의 공연 장소가 바뀌었다.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과 ‘청춘, 간다’는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물의 노래’는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서울연극협회는 또 “극장 폐쇄 조치의 정당성을 묻는 감사 청구와 함께 재산·정신상의 손해 배상 책임을 구하는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예술위 측이 안전 문제의 원인으로 제시했던 대극장 구동부 모터 제조사인 이탈리아 MGM사에 ‘모터 결함이 극장 폐관에 중대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기자회견 직후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 등 3명은 삭발을 했다. 예술위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관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편하게 이야기해달라는 입장을 협회 측에 전달했는데도 아르코예술극장 전체를 거부하니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와 공연예술센터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서울연극제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심사에서 탈락했을 때부터 불거졌다. 이후 형사 고소-합의-고소 취하 등을 거쳐 대관이 결정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