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외국 신용카드 국내 진출…신중히 검토한 후 허가토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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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들어 세계 크레디트 카드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크레디트 카드와 다이너스클럽 카드가 연이어 상륙함으로써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크레디트 카드의 국제화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크레디트 카드에 관련해 왔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해외 카드의 상륙을 발전적인 측면에서 좋아하기에 앞서 몇 가지 아쉬움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과연 우리의 현실이 국민 소비자 금융까지 외국 업체를 끌어들여도 좋은 것인지의 의문과 함께 아직 해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크레디트 카드 업계의 타격을 어떻게 해결할 것 인지의 문제를 남겨 놓고 있다. 자유무역주의의 신봉자 미국에서도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이때에 회비·수수료·이자 등 적지 않은 돈을 떼어 주어야 할 외국 크레디트 카드를 국내에 상륙하도록 인가해 준 정책 당국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아직까지 크레디트 카드에 관련된 근거법 조차 마련하지 못한 당국이 무슨 근거로, 어떠한 의도에서 이들의 상륙을 묵인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60년 동경 올림픽에 즈음하여 외국인들이 가지고 들어온 돈에 상관없이 자국의 상품을 많이 사 가게 하기 위하여 외국의 크레디트 카드 유치를 서두르긴 했어도, 그 거래에 의한 이윤을 국내에 수용키 위해 외국 업체로 하여금 국내 업체와 제휴토록 종용한 지혜가 있었다.
해외 카드의 국내 진출에 대한 엄살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땀흘려 획득한 외화가 신용거래라는 미명 아래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림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백광흠<주 코리안 익스프레스 여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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