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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심 타오르게 만드는 꿈의 오피스 10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헤렌]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에 자유롭고 기발하며 친환경적인 디자인까지 녹였다.

AOL WEST COAST HEADQUARTERS,PALO ALTO

‘AOL’은 타임워너 산하에 있는 온라인 미디어 그룹이다. <허핑턴 포스트><테크 크런치><엔가젯> 등 힘 있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커지면서 본사가 있는 뉴욕 외에 미국 서부를 관리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했고,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팰로앨토에 지점을 건립했다. 인테리어를 맡은 건 ‘O+A’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O+A는 에버 노트, 마이크로 소프트, 페이스북 등 많은 IT 및 온라인 기업 사옥의 건축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회사다. AOL이 O+A에 주문했던 건 명료한 한 단어, ‘리프레시(Refresh)’였다.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는 뉴스 에디터들에게 필요한 건 육체적, 정신적 회복이라고 생각한 걸까.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온라인 미디어 기업다운 주문이고 발상이었다. O+A의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조명과 가구는 물론, 카펫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해방’의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훌륭한 사무실 분위기 덕분인지 AOL은 매해 덩치를 불려가는 중이다.

LEICA CAMERA HEADQUARTERS, WETZLAR

지난 2014년은 라이카 카메라에는 무척이나 특별한 해였다. 1914년 시작된 라이카 카메라의 탄생 100주년이자, 첫 카메라가 만들어졌던 독일 최대 광학 도시 베츨라로 본사를 이전한 기념비적인 해이기 때문. 지금의 명성을 뛰어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라이카는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자, 태어난 땅에 깊게 뿌리내려 지금보다 더 탄탄한 미래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새 본사는 제조, 관리, CS 파트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제조와 조립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견학까지 가능한 공장, 박물관, 기념품 숍, 포토 스튜디오, 레스토랑 등을 갖춘 거대한 문화 복합 공간 콘셉트다. 단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문화 예술 분야를 개척해온 선구자라는 자부심과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약 600여 명이 근무하는 이 건물은 최신 친환경 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열과 지열 에너지를 결합한 전원 공급 시스템을 도입했고 건물 지붕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라이카 본사답다.

SWEDBANK HEADQUARTERS, STOCKHOLM

은행은 뻔하고 고루하다? 이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린 것이 스웨드은행 본사다. ‘사람들 간의 활발한 교류와 개별 상담’이 이뤄지는 업무적 특성을 개방감, 북유럽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 노마(Noma)의 푸드실험실을 디자인했던 북유럽 건축사무소 3XN이 건축을 맡아, 유리와 화이트 알루미늄 소재, 아트리움이라는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은행이 가진 비밀스럽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보수적인 은행으로서는 꽤 파격적인 사무실과 회의실 레이아웃도 신선하다. 일렬로 늘어선 전형적인 책상 배치나 부서 배치를 피하고 개인 단독 책상에서 개별적으로 일하되, 미팅 때는 라운드 테이블에 둘러앉거나 투명 아크릴 파티션 미팅룸 같은 ‘닫힌 듯 열린 공간’에서 모인다. 이곳을 찾은 고객이라면 독서실 같은 창구에서 딱딱한 대화를 나눌 일은 없겠다.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은행이기도 하다. 직원별 전기 사용량 체크, 에어컨 대신 냉수를 활용한 냉방으로 에너지를 적극 절약해 2014년 세계 10대 친환경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TRIBAL DDB OFFICE, AMSTERDAM

약 8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유명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인 ‘트라이벌 DDB’ 사무실은 벽면부터 플로어, 기둥, 파티션, 램프셰이드까지 온통 펠트로 가득하다.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i29는 ‘창의적인 교감이 가능한 사무실, 친근하고 즐거운 사무실, 그러나 전문적이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추상적인 회사의 요청을 ‘패브릭’으로 풀어냈다. 기존 IT 회사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펠트의 질감과 차분한 회색 컬러는 심리적 위안을 주는 동시에 소음 흡수나 벽면 흠집 커버라는 실용성까지 갖췄으니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SKYPE HEADQUARTERS, PALO ALTO

스카이프는 인터넷 무료 전화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이 사무실이 완성된 건 2010년. 스카이프의 가치가 절정이었던 이때, 사옥 건축의 가장 큰 목표는 다른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과 차별화될 만한 세계적인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디자인을 맡은 블리츠(Blitz) 스튜디오는 직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발빠른 상황 대처라는 걸 알았다. 이를 위해 블리츠는 회의실 곳곳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해 직원들의 섬광 같은 아이디어를 기록하도록 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광장이 생긴 셈이다. 인테리어는 직원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반영해 확연히 다른 세 가지 환경으로 구성했다. 가벼운 미팅 공간은 밝은 조명과 유니크한 소품으로, 일상 업무 공간은 적당한 조명과 평범한 인테리어로 꾸미고, 성찰을 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도 만들었다. 지금은 비록 마이크로 소프트에 인수됐지만 스카이프의 최전성기에 지어진 이 사무실은 좋은 인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IT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RANDOM STUDIO, AMSTERDAM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랜덤 스튜디오는 비주얼 아티스트, 개발자,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독특한 집단이다. 아트와 디자인, 테크놀로지 사이를 오가며 신선하고 파격적인 커머셜 이벤트를 만든다. 나이키 새 매장의 론칭 파티에 유명인을 초대하는 대신 그래픽디자이너가 만든 비주얼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채우는 식이다. 이런 이들의 오피스라면 뭔가 달라야 할 것 같다. 이 공간의 디자인을 맡은 ‘X AND L’이라는 스튜디오는 단출한 사무실의 바닥을 파 흙을 붓고 식물을 심었다. 금속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소재 위주로 꾸몄음에도 이 사무실의 풍경은 이상할 정도의 무심함으로 가득하다. 그게 랜덤 스튜디오라는 회사의 기조일지도 모르지만.

STOKKE OFFICE, OSLO

스토케는 유아용 가구와 유모차 등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기업인 만큼, 어느 기업보다 분위기가 따뜻하다. 커다란 창문, 부드러운 미색으로 칠한 가구와 벽면이 화사한 분위기를 더한다. 카페테리아에 놓인 건 스토케의 베스트셀러인 트립 트랩 체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용 가능한, 세계적으로 900만여 개가 팔린 이 의자는 지금의 스토케를 만든 장본인이다. 실리콘밸리의 사옥처럼 독특한 요소는 없지만, 독특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근무 환경으로는 말이다.

RED BULL CANADA HEAD OFFICE, TORONTO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인 육상부터 가장 SF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초음속 자유낙하(성층권에서 지상으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까지. 인간의 도전과 열정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지원하는 스폰서가 레드불이다. 전 세계 레드불 오피스는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슬로건처럼 각각의 개성이 충만하다. 그중 토론토 오피스는 나무와 금속의 적절한 안배가 돋보인다. 주로 원목 소재를 사용해 온기를 전해주고, 천장에 나뭇조각을 촘촘히 배열한 회의실 인테리어는 원시적인 오두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원목 섹션과 달리 반대쪽은 웅장한 금속성 인테리어가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데, 레드불의 심벌인 황소의 강인함을 상징하듯 역동적인 선이 돋보인다. 디자인을 맡은 캐나다 업체 존슨 추(Johnson Chou)는 재밌는 발상을 했는데, 이 사무실 인테리어에 재생 재료를 쓴 것. 피로에 지친 이들이 레드불을 마신 후 다시 기력을 회복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BMW CENTRAL BUILDING, LEIPZIG

드라마 <미생>에는 생산직과 사무직의 대립이 등장한다. 사무직은 현장을 모르고, 현장은 사무직을 모른다. 함께 걸어 나가야 할 두 부문이 대립하면 회사는 비틀거릴 수밖에. 그런 면에서 라이프치히의 BMW 빌딩은 놀라운 풍경을 보여준다. 차체 조립 및 도색 라인과 사무실이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돼 있고, 완성 중인 차들이 사무직의 머리 위로 지나간다. 서로가 별개가 아닌, 하나로 묶여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파격적인 발상은 자하 하디드의 머리에서 나왔다.

BAHNHOF DATA CENTER, STOCKHOLM

사진만 보면 테러리스트들이 협잡 중일 것만 같은 이곳은 스웨덴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반호프의 데이터 센터다. CEO가 1970년대 SF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곳은 돌산을 깎아내 둥지를 틀었다. 유일한 출입구는 50cm 두께의 철문이고, 지하 30m 아래 1200m2 넓이의 공간이 있다. 우울증에 걸릴 지도 모를 직원들의 정서를 위해 공간마다 빛의 색깔과 밝기를 다양하게 한 것이 포인트. 암벽을 따라 식물들이 자라고, 작은 폭포도 있다. 이 정도면 복지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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