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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도 인정한 IBK 김희진의 클래스

중앙일보

입력

 
낭중지추(囊中之錐). 사기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주머니 속에 넣은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비어져 나온다는 뜻이다. 완패를 당한 IBK기업은행에서도 적장의 눈에 띈 선수가 있었다. 미들블로커 김희진(24·1m85㎝)였다.

기업은행은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톱매치 여자부 경기(13-25, 14-25, 23-25)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일본 정상에 오른 NEC는 야나기타(17점·1m68㎝)를 비롯해 짜임새있는 공격으로 기업은행 코트를 맹폭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김사니와 백업 이소진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완패했다. 그런 와중에도 NEC의 야마다 아키노리 감독은 김희진의 기량을 극찬했다. 야마다 감독은 "4번(김희진)은 아주 훌륭한 선수다. 가운데서 뛰지만 왼쪽과 오른쪽 모두 움직일 수 있고, 서브로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김희진처럼 특정 선수가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점은 우리도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김희진의 플레이는 평상시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미국에 갔다 돌아온 데스티니의 컨디션도 좋지 않아 많은 공격을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26.7%에 그쳤고 득점도 10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블로킹과 서브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 야마다 감독의 말대로 측면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해야할 김희진의 클래스를 확인 한 것. 이날 톱매치에서 얻은 유일한 소득이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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