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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4. 위장병을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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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암이 위암이다.

2001년 한국 중앙 암등록사업 결과에 의하면 국내 암환자 중 위암은 10만명당 20.3명(남자 24.1명, 여자 15.3명)꼴로 발생하며, 사망률은 10만명당 24명(남자 31명, 여자 17명)이었다. 1만5천여명이 매년 위암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위암은 조기 진단.치료로 완치할 수 있으므로 위암에 의한 사망은 '인재'라고까지 불린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위암 극복의 지름길을 알아본다.

◇조기 진단이 관건=암치료 성공률을 높이려면 조기 진단이 최선이다. 위암은 암세포의 크기, 주변 림프절이나 장기로의 전이 여부 등에 따라 1~4기로 나눌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김병식 교수는 "1기에서 수술하면 완치율이 95% 이상이지만 2기만 돼도 치료효과가 70%로 떨어지며, 3기에선 30~40%, 4기는 10% 정도"라고 밝힌다.

문제는 속쓰림.소화불량 등 증상이 생겼을 때 검사해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면 이미 진행성 위암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대 분당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아무 증상 없이 정기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한 위암은 조기 위암이 반, 진행성 위암이 반"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40세 이상 남녀는 누구나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위 내시경이나 위장 조영술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기 위암 환자가 전체 위암 환자의 25~30%에 불과하며 나머지 환자는 모두 진행성 위암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만일 부모로부터 되물림되는 유전성 암이 의심될 땐 젊었을 때부터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전성 위암 환자는 전체 위암 환자의 5~10%정도.

국립암센터 일반외과 배재문 박사는 "가족 중 2대에 걸쳐 50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가 2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에 무관하게 3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땐 위암 유전자가 있는지부터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암 유전자 검사는 서울대병원의 한국 유전성 종양 등록소에서 받을 수 있다. 만일 검사상 위암 유전자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이후부터는 나이에 관계없이 매년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료법도 다양하다=일단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법은 암 진행 정도와 위치에 따라 다르다. 배박사는 "조기 위암인 경우 내시경을 통한 점막 절제술이나 복강경 수술 등으로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내시경을 통한 시술은 30분 정도 걸리며 시술 다음날부터 미음 등 가벼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이 시술이 가능한 환자는 조기 위암 환자 중에서도 일부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시간은 길지만 배에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회복도 당연히 빠르다.

이도 저도 안되면 암덩어리가 있는 위장과 림프절 등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교수는 "가능한 위를 많이 남기는 수술로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며 "단 암세포가 위장 상부에 있을 땐 위장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적어도 6개월 간은 음식섭취 요령을 지켜야 한다.

최근엔 수술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료가 가장 힘든 환자는 진단 당시에 이미 복막이나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퍼진 경우. 김교수는 "말기 암환자도 항암치료나 복강 내 화학요법으로 이전보다는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면서 환자나 보호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식습관과 위생도 중요=위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나쁜 식생활과 위생상태도 원인 중 큰 몫을 차지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위암은 냉장고 사용 이후 신선한 음식을 먹으면서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든 병"이라고 들려준다. 따라서 우선 평상시 알려진 위암 발생 위험인자를 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고기를 먹더라도 불에 구워서 먹기보다 삶아 먹는 게 좋다. 젓갈류 등 짠 음식, 염장.훈제.가공식품 등을 피하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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