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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슈퍼카 폭주 사고…네티즌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와 페라리가 속도경쟁을 벌이다 충돌하는 사고가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고는 11일 밤 10시쯤 베이징 도심 북쪽, ‘냐오챠오(鳥巢)’라 불리는 올림픽 경기장 부근의 한 터널 내부에서 일어났다. 직선 도로가 길게 뻗어 있어 평소에도 심야에 고급 스포츠카들이 모여 무한 질주를 벌이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두 차량 모두 최고속도는 시속 300km를 넘는다. 중국에선 스포츠카로 폭주 경쟁을 벌이는 운전자들을 ‘뱌오처당(飇車黨)’이라 부른다. ‘폭주차들의 무리’란 뜻이다.

사고 소식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한 네티즌은 “고급차 몇 대가 맹렬한 스피드로 달렸고, 이 가운데 연두색 람보르기니와 빨간색 페라리가 부딪혀 사고를 냈다”고 전했다. 현장 사진도 줄줄이 올라왔다. 사고 차량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파됐다. 페라리와 부딪친 뒤 도로 난간과 터널 내벽을 잇달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파손 정도가 람보르기니보다 심하진 않았으나 문짝 하나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터널 안 곳곳엔 한대에 3억~4억 원을 호가하는 두 차량의 부품과 파편들이 나뒹굴었고, 사고 차량 모두 견인차 신세를 졌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제 발로 걸어 내릴 정도여서 치명상은 입지 않은 것 같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의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트들은 성난 네티즌들의 분노로 들끓었다. 사이트마다 수만 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자동차 레이스를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분노의 질주(원제: 패스트&퓨리어스)’가 베이징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개탄하는 댓글이 많았다. 이런 차를 몰고 폭주 경쟁을 펼치는 운전자의 부모가 누구인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댓글도 달렸다.

베이징 경찰은 사고 소식을 간략하게 발표하면서 남성 운전자들의 신원을 탕(唐)모와 위(于)모라고 공개했으나 정확한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두 차량 가운데 한 대는 지린(吉林)성 차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네티즌들의 비아냥을 산 것은 사고 차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소형 승용차’라고만 표기한 점이었다. 네티즌들은 “슈퍼카를 소형차라고 표기하는 게 가당한 일이냐”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사고 사진을 퍼 날랐다. ‘부마이홍차’란 ID를 쓰는 네티즌은 “사진을 보니 소형차가 맞긴 맞네요”라며 비아냥이 담긴 댓글을 적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고급차 역시 마찬가지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들에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슈퍼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차량들이 교통사고를 내 뉴스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세인들의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2012년 3월 18일 베이징에서 발생한 페라리 사고가 대표적이다. 새벽 4시쯤 베이징의 순환도로인 북사환(北四環) 도로를 달리던 페라리 승용차가 갑자기 고가도로 교각을 들이받고 전파됐다. 음주 운전이 아니었다면 일어나기 힘든 사고였다.

즉사한 운전자 링구(令谷)는 당시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비서실장 격이던 링지화(令計劃)의 외동아들이었다. 동승자 2명은 모두 여대생으로 한 명은 치료 중 숨졌다. 20대 청년에 불과한 권력자의 아들이 시가 10억 원대의 페라리를 몰다 사고를 냈다는 소식은 동승한 여대생들이 나체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소문까지 보태져 인터넷에서 삽시간에 퍼졌다. 이 사고 이후 링지화의 출세 가도는 막혔고 결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걸려 지난해 12월 실각하고 말았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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