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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라울 카스트로 반세기만에 역사적 만남

중앙일보

입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양국 정상으로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회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개최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카스트로 의장과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두 나라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회동한 것은 지난 1956년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이 쿠바 혁명을 일으킨 후인 1961년 쿠바와 국교를 단절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12월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하기로 합의한 후 쿠바 정부에 OAS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미국은 OAS에 쿠바 참석을 반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시간 가량 이뤄진 카스트로 의장과의 회동을 “역사적 만남”으로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에서 “우리가 새로운 장을 열어 두 나라 간에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미래로 나아갈 길 위에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모든 것을 토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내일은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일지라도 오늘은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의 회동에 앞서 열린 OAS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냉전은 오래전에 끝났고 솔직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졌던 갈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카스트로 의장은 연설에서 테이블을 치기도 하며 피그만 침공 등 과거 미국의 쿠바 압박정책을 비판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그러나 “너무 감정적으로 표현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안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일에 책임이 없고 쿠바에 빚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스트로 의장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을 “정직한 사람”으로까지 지칭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회동에서 양국 간 대사관 재개설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개설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못해 양국 간엔 물밑 이견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엔 이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도 변수다. 공화당 내 강경파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정책에 반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주재 미국대사를 지명할 경우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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