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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센서가 부패 식품, 식중독, 환경호르몬, 유해가스 잡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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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호 02면

안전재해의 실마리를 푸는 핵심 기술이 ‘센서’다. 첨단 센서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유해인자를 검지(檢知)한다. 국가 연구과제의 주요 기술 분야 중 대표적인 것이 식품과 환경 분야의 첨단 센서 기술이다. 비전문가도 쉽게 휴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작고 간편하면서도 센서의 검지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를 앞둔 네 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상용화 눈앞 식품·화학 기술 네 가지

#식품 신선도 측정하는 전자혀·전자코
분유·초콜릿에 우유 대신 혼입한 멜라민, 밀가루·쌀가루에 남아 있는 농약 성분, 또 물을 섞은 가짜 양주를 구별해낼 수 있을까. 생선·쇠고기의 신선도, 우유의 부패 여부를 안전하게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기술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가짜 식품과 오염된 식품을 파악해 내는 센서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식품을 파괴하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을 채취해 실시간으로 식품의 신선도와 오염물질 유입 여부를 검지한다.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이 냄새·맛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원리에서 착안한 전자코·전자혀다. 식품의 신선도를 측정한다. 둘째, 물질마다 다르게 찍히는 ‘테라헤르츠 지문’이다. 식품에 유입된 가짜 성분이나 오염물질을 잡아낸다.

 전자코·전자혀는 인간의 후각·미각보다 수만 배 더 민감한 첨단 센서다. 맛을 느끼거나 냄새를 검지하는 인공수용체로 특정 맛·냄새를 포착해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사람의 오감으로 정확하게 알아내기 힘든 굴의 신선도와 우유의 부패, 육류의 신선도를 파악하는 데 탁월하다.

 테라헤르츠는 10의 12제곱을 뜻하는 테라(tera)와 진동수 단위인 헤르츠(hertz)의 합성어로 빛의 일종이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이 통과하지 못하는 종이·식품포장지와 같은 물질도 잘 투과한다. 이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이 식품에 활용하는 테라헤르츠 분광기다. 테라헤르츠 영역은 분광(물질이 방출·흡수한 빛 스펙트럼)의 특성이 물질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테라헤르츠를 물질의 지문(finger print)으로 부르는 이유다. 테라헤르츠 분광기를 사용하면 어떤 물질이 식품 안에 들어 있는지 분석하기가 쉽다.

 기존 테라헤르츠 분광기는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커서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초소형 테라헤르츠 분광 기술과 관련한 소재·소자·모듈·시스템 등 전 영역의 기술을 개발해 특허권을 확보했다. 300여 종의 식품 위해물질에 대한 테라헤르츠 분광 지문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식중독 유해인자 찾는 고감도 시스템
식중독 사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80%가 단체급식과 음식점에서 발생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현장에서 식중독 유해인자를 신속히 검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식중독균을 검출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균을 배양·증폭하는 단계(20시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균을 배양하려면 대형 장비를 사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현장에서의 검출은 불가능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추적검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식중독 유해인자 검출 연구는 사전검사로 오염된 식품을 회수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핵심 기술은 유해인자 검출 시간을 기존 2일에서 두 시간으로 단축하는 고감도 센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출할 수 있도록 식품으로부터 식중독 유해인자를 탈리(털어서 원인균 분리)하고 농축해 검출하는 센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통합시스템 시제품을 제작했다. 20시간 이상 걸리던 배양·증폭 단계 없이 유해인자를 검출할 수 있다.

 서울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구내식당에서 시스템을 적용해 본 결과,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장에서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동형 소형 장비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치명적 물질 포착하는 다채널 시스템
환경호르몬은 ‘PPB(10억분의 1)’ 단위의 농도만으로도 생태계의 균형과 생식 능력을 손상시킨다. 생화학 테러물질 역시 극소량에 노출되더라도 인체에는 치사량이다. 문제는 기존 기술은 민감도가 낮아 극소량만으로도 치명적인 유해물질을 검지해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1000배 이상 감도를 높인 유해인자 검출 시스템 연구가 시작된 이유다.

 올해 마무리되는 이 연구에서는 반도체기술, 광학기술, 바이오기술을 융합하는 다양한 센서 기술이 개발됐다. 먼저 수질환경 내 유해인자를 PPT(1조분의 1)급까지 잡아내는 다채널 센서 시스템이다. 수질검사가 필요한 현장에 가져갈 수 있는 이동형 소형 센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수은에 반응해 색깔이 변하는 종이 센서도 개발됐다. 수은 오염이 염려되는 발전소나 광산, 일반 가정에 보급해 쉽게 오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수은에 반응하는 형광·발색 염료를 종이에 부착해 사용한다. 이외에 카드뮴을 검출하는 실험복, 탄저균을 검출하는 나노광학 기반 검출 시스템이 나왔다. 기존에는 미량의 중금속을 검출하는 데 전문 장비와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일상적인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다.

 환경 유해물질로 인해 발생한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단은 대표적 환경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항소양(가려움증 개선) 치료 물질인 ‘벤즈옥사졸 유도체’를 개발했다. 이외에도 연구단은 중금속·농약을 검출할 수 있는 휴대형 센서, 미량의 벤젠·알데히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센서, 여러 가스를 동시에 검지해 분석하는 센서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가스 닿으면 색깔 변하는 부착형 키트
유해가스 누출은 국내 제조 공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다. 유해가스가 공기 중으로 퍼지는 속도가 빨라 공장뿐 아니라 주변 일대까지 피해가 확산한다. 문제는 유해가스 누출을 검지하는 장비가 고가인 데다 별도의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유해물질 유출 여부를 간단히 확인해 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대형 사고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업단은 유해가스가 검지되면 색이 변하는 저가의 작업자 부착형 검지 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유해물질과 반응해 색 변환을 일으키는 염료를 코팅한 보급형 센서다. 이를 웨어러블 센서로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유해물질과 반응하는 색 변화를 캡처해 디지털 신호로 전환한 후 유해물질의 정확한 농도를 파악하는 키트를 함께 개발 중이다.

 웨어러블 센서가 상용화하면 다양한 위해 환경의 작업자들이 유해가스의 누출 여부를 즉시 알아차릴 수 있다. 검지 키트에는 근·원거리 통신 모듈을 장착해 인접 작업장에도 경보시스템을 울리도록 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센서를 보급해 사용하면 1차적으로 현장 작업자에게, 2차적으로 인근 주민과 주변 작업장에 유해가스 누출사고를 알려 초기대응을 할 수 있다. 전문적인 기계장치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유해가스의 누출을 쉽게 인식할 수 있으므로 사고를 초기에 수습할 수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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