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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안전기술 융합, ICT·빅데이터 접목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방법 찾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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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호 02면

과학기술, 사회안전망 구축의 열쇠
정동준 성균관대 교수(이하 정동준)=사고는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다. 하지만 안전대책이 회사 규모에 좌우되다 보니 대기업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시민연구사업(재난안전 분야)으로 진행 중인 ‘보급형 유해물질 검지용 키트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필름형 센서 키트의 제작에 불과 몇백원밖에 들지 않는다. 특정한 유해물질과 반응하는 염료를 찾고, 이것을 고분자 필름에 코팅하면 육안으로 쉽게 유해환경을 감지할 수 있다. 재료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를 입히면 사고 후 빠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다.

과학자 3인 대담 ‘재난 대응 R&D 나아갈 방향’

 박태현 서울대 교수(이하 박태현)=최근 TV드라마에서 냄새를 눈으로 보는 주인공이 등장했다. 그동안 후각은 추상적이고 표준화하기 힘든 감각이었다. 과학의 진보로 후각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드라마처럼 후각을 진동(촉각)이나 이미지(시각)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감각으론 알아채지 못하는 숨은 위험도 감지할 수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질뿐더러 나아가 감각 이상으로 안전에서 소외된 계층도 과학기술 발전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안전 관련 기술 이미 80% 개발
김태희 한국연구재단 단장(이하 김태희)=안전은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다. 단 어떤 기술도 실생활에 활용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수준 높은 국내 과학기술이 안전 분야에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과학기술 융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안전과 관련된 각 분야의 기술력은 이미 70~80% 수준에 이르렀다. 기존 기술을 연결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박태현=안전에 꼭 첨단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일본 국민은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현장에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만든 목적이 달랐다. 방사능 유출 현장에서 열린 밸브를 잠그거나 시료를 채취하는 게 어려웠고, 결국 투입하지 못했다. 안전 분야의 과학기술은 정확한 미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단, 과학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해답을 만들 수 있다. 드론으로 방사능 유출 지역의 정보를 얻고 싶은데 내구성이나 배터리 성능이 문제가 된다고 하자. 그럼 무인주행자동차로 드론을 옮기고 원격으로 조종해 관련 정보를 얻는 식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정동준=빅데이터와 IT를 안전 분야에 융합하면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유해가스가 유출됐을 때, 이 정보가 기존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지역 방재센터에 송신된다면 신속한 초동 대처로 2,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기상청 빅데이터로 지역별 풍향·풍속을 파악해 위험도에 따라 우선 대피 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데이터가 기반이 되면 보상 범위와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나뉜다. 사고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사회적인 불안, 혼란도 줄일 수 있다.

따뜻한 과학기술, 공감대 형성을
박태현=바이오 분야의 연구자인 나 역시 나노 기술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가 후각 수용체의 신호를 민감하게 측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안전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과학 분야의 장점을 골라 결합한다면 어느 분야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과학자 중심의 연구보다 국민 중심의 안전 연구 분야를 규정짓고 역량을 집중한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정동준=아직 산업 현장에서 안전과 재난 예방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처럼 사후 약방문식으로 사고를 처리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국민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단계별로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시스템을 완비해 국민의 ‘안전 체감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김태희=과학정책을 기반으로 한 기술개발과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새롭게 연결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해야 할 일이다. 과학자들도 한 분야에 몰입하기보다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정리=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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