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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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로자의 날은 우리의 노동현실과 환경에 대한 솔직하고 겸허한 성찰과 더불어 현대사회에서의 노동의 의미와 발전하는 사회가 지향해야할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재음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의 노동환경을 말할 때 그것은 한마디로 후진적 패턴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참된 의미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사회적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고, 그로 인해서 노동과 사회와의 관계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착되어 있지도 않다.
이런 후진적 노동환경은 필연적으로 노동에 대한 인식부족과 편견을 일반화하고 노동의 정당한 권리보장을 지연시키고 있다.
경제개발을 사회의 주요 과제로 내세워온 지난30여년동안 노동은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속에서도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왔음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은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댓가를 받기보다는 유보당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개발·성장전략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분배가 왜곡되기 시작했고 성장의 과실이 더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이 높아진 것은 70년대 후반의 변화였다. 4차경제개발 계획부터 경제일변도가 아닌 사회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분배와 균형의 문제가 개발의 목표에 추가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저임에 의존한 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직면함으로써 새로운 산업효율화 전략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저임과 단순기능에 의존한 노동집약적 상품일변도에서 보다 기술집약·노동절약적인 신기술상품으로 개발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전환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임금구조의 격차 확대였다. 광범한 저임지대가 그대로 온존된채 일부 산업과 직종에서의 급격한 임금상승이 문제되었다. 산업간 업종간 또는 학력과 직종에 따른 현격한 임금격차가 부차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제개발과 함께 각종 산업재해와 공해로 인한 근로환경의 오염 또한 급속히 확산되었다. 본원적인 임금문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작업환경과 재해문제는 공해산업의 확장과 더불어 근로자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위협으로 현재화 되었다.
이같은 후진적 노동환경은 아직도 기본생계비에 미달하는 광범한 저임근로자를 안고 있으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자체의 노력이나 조직활동 또한 미흡한 수준이다. 노동자의 기본3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스스로의 권익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다. 정부의 조정기능이 그만큼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있으나 그것 또한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날로 첨예화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에 이기려면 기술혁신을 바탕으로한 기술경쟁력에 의존해야 하며 그것은 곧 노동의 새로운 질적개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정당하고 충분한 노동의 보상과 권리보장, 새로운 노사의 협조로써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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