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판정의 근거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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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산 컬러TV에 대한 미상무성의 덤핑판정은 재조사되고 철회되기를 거듭 촉구한다. 우리는 이 판정이 몰고올 국내 산업계의 충격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조치에서 비롯될 수 있는 광범한 양국무역관계의 나쁜 영향들을 더 주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판정은 이전의 어떤 유사한 대한 수입규제조치와도 그 성격이 다른 일방적이고도 불합리한 결정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 이유는 덤핑판정의 근거가된 자료들이 극히 신뢰성 없고 자의적인 자료들이라는 점이다. 덤핑판정 자체를 승복하기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상무성 조사단들은 단시간안에 방대한 분량의 자료제출을 요청함으로써 우리측의 자료준비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업계에서 주장한 제품의 시장·원가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인정되지 않았고 조사단의 일방적인 자료들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빚었다.
기술집약적인 전자제품의 다양한 시장구조와 기능, 가격면에서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자의적기준으로 시장현실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무리를 수반할 수 있는 가를이번의 덤핑판정에서 읽을 수 있다.
또 개도국의 일반적인 산업발전과정에서 국내시장과 수출마키팅의 전략상, 구조상의 차이는 통상적·관례적인데도 이번의 판정은 그런 일반성을 전혀 도외시하고 있음을 지나칠 수 없다.
내수제품과 수출품의 구조척·기능적 차이는 필연적으로 원가구성의 차이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도 굳이 그런 현실을 도외시한 것은 이 판정이 단순한 덤핑규제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의도적·정치적 판단이라는 의구를 갖게 한다.
그런 의문은 덤핑률의 결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예비판정 때 내려진 평균 3·15%의 덤핑률이 어떻게 몇개월만에 그 다섯배 가까운 13·9%로 급변했는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더우기 한국산TV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3·5%에 불과하며 대미수출TV의 70%이상이 미국안에서 생산되지 않는 소형 규격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덤핑규제가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한국산 TV의 미국시장 교란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고 따라서 이번의 조치는 과장되고 왜곡된 시장현실을 구실로한 의도적 대한 견제라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과 우려는 이 같은 조치가 한미통상관계의 획기적 진전이라 할 사상최대규모의 구매사절단 방미를 앞두고 내려진 점이다. 양국무역의 불균형이 미일간의 그것에 비해 10%에 못미치는 연간 18억달러 수준인데도 우리는 그 미미한 불균형조차시정하기 위해 대형 사절단이 파견되었다. 이 같은 우리측의 진지하고 열의 있는 노력은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 조치가 단적으로 나타내 주었다.
더우기 정부는 오는 86년까지 수입문호를 개방, 90%의 수입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최대 수혜는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인 미국에 귀속될 것 또한 분명하다. 이 모든 우리의 노력들이 계속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불가피하게 자구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국측의 성의 있는 재조사와 규제의 철회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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