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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상이, 플랜B 부재'…축구협회, 브라질월드컵 백서 통해 냉정한 자기반성

중앙일보

입력

대한축구협회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백서를 통해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았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출전 백서'를 펴냈다. 축구협회가 최초로 발행한 월드컵 참가 평가서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1무2패로 탈락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람직한 대표팀 운영과 향후 월드컵 준비의 기초로 삼고자 백서 제작에 들어갔고, 브라질월드컵 준비과정과 결과, 성과, 문제점, 개선 방향을 도출했다.

총 326페이지 분량의 백서는 2011년 열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부터 본선 종료까지 전 과정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 지원스태프, 협회 임원, 미디어 등 관계자 47명을 대상으로 5개월간의 대면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백서는 ▶개요와 분석방법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개요 ▶데이터 분석(인터뷰, 미디어, 웹문서, 공문 분석) ▶핵심이슈 분석 ▶차기 월드컵 준비 로드맵의 5개 단원으로 구성됐고, 내용의 객관성을 위해 외부 스포츠 컨설팅사에 제작을 의뢰했다.

백서에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 담겨있다. 내부 구성원의 브라질월드컵 목표 설정부터 8강과 16강으로 상이했다. 코칭스태프 80%가 상이한 목표를 인식하고 있거나 미응답했다. 명확한 목표 설정 및 공유 부재는 내외부적 혼란을 발생시켰다.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국 미국이 'One nation. One team(하나의 국가. 하나의 팀)', 'Are you ready?(준비됐나)' 등 경기별 슬로건을 설정한 것을 좋은 예로 들었다.

백서는 잦은 감독 교체는 팀 조직력 및 성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발생시킨다고 자가 진단을 내렸다.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홍명보 당시 대표팀 감독의 재임기간은 13개월(2013년6월~2014년7월)에 불과했다. 백서는 우승국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이 102개월(2006년7월~현재)째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월드컵 상위 6개국 감독의 재임기간은 평균 41.5개월, 하위 6개국 감독은 평균 29.3개월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유연하지 못한 전술 및 다양한 경기상황 대응전력 매뉴얼의 부재도 통감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4-2-3-1 포메이션만 고수했다. 백서는 상대팀이 바뀌어도 같은 전술를 구사했고, 원톱 공격수 컨디션 난조시 대체할 선수 부재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브라질월드컵 3위팀 네덜란드는 포백, 스리백, 파이브백 등 변화무쌍한 전술을 시도했다고 적었다. 대표팀 베이스캠프지 이구아수의 적합성, 황열별 예방접종이 컨디션 난조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협회는 백서 제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개선 필요사항을 이미 실무에 반영해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 참가시 대표팀 운영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또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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