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시주금 논란, 공사업체와 진실 공방 펼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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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순수입이 1000만∼2000만원 되는 공사인데 3억원 넘게 절에 시주할 건설업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시주금 영수증이 남아 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경북 김천 직지사가 공사대금 지급 여부를 놓고 공사업체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직지사는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국비 등 24억2000만원을 들여 사찰 안에 장경각을 새로 지었다. 주성고건축건설은 장경각 전체 건립공사 중 목공사를 맡았다. 4억3000만원짜리 공사였다.

주성은 "공사 과정에서 직지사가 전체 공사에 필요한 자기부담금 2억2000만원의 거의 대부분인 2억1500만원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장난 치지 않으니 걱정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다. 자기부담금은 문화재청 예산 22억원의 10%였다. 직지사가 공사를 마치면 정산하겠다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정상관 주성 대표는 "그래도 직지사의 주지가 바뀐 뒤라 차용증을 써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찰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고 해서 시주금 영수증을 대신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주금 영수증 옆에 괄호로 '자부담금 영수증'을 써달라고 다시 요청했으나 종법상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 2007년 3월부터 직지사 공사를 해 온 주성은 그때까지 '외상 공사'가 없어 이를 받아들였다.

주성은 그 뒤 설계 변경으로 1억5000만원어치 추가공사를 했고, 이때도 마찬가지로 시주금 영수증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 정도 추가 공사는 그냥 해주는 게 관례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ㄷ'자 건축물을 풍수에 맞춰 180도 돌리고 3면을 더 키우는 공사였다. 정 대표는 그때마다 대출을 받아 공사 대금을 대납했다.

주성 측은 “공사가 끝난 뒤 지금까지 직지사가 공사비 3억6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지사 측은 원청업체인 한주종합건설에 공사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동원 직지사 종무실장은 "하청업체인 주성은 우리와는 직접 거래 관계가 없으며 계약 당사자도 아니다"며 "원청업체인 한주에 공사 대금을 모두 지급했고 증빙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원청업체인 조인규 한주종합건설 대표는 "주성에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며 "준공 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5개월이나 지나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주금 영수증에 대해 직지사 측은 "주성에서 시주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자발적인 시주금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상관 주성 대표는 "내 재산이 3억원이 안되는데 시주금으로 수억원을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16일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관련 내용을 고소했다. 앞서 서울 조계사와 김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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