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공영 이규태(66·구속기소) 회장의 1100억원대 공군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내부 기밀을 유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달 25~27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도봉산 기슭 1.5t 컨테이너 박스와 서울 삼선동 B교회 3층 이 회장 사무실 내 비밀 공간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2, 3급 군사 기밀 문서를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들 기밀문서는 합수단이 압수한 1t 분량의 서류, USB 등에 들어 있다. 군사 2, 3급 기밀은 군 부대 위치나 훈련장비의 성능요구서 등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 또는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비밀’이다.
합수단은 특히 기밀 문서가 사진 파일 형태로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사청 내부 조력자가 없이는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광공영 계열사에 취업한 전직 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군사기밀 유출 부분 수사에 나섰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사청 내부 기밀 등이 일광으로 유출된 사실은 확인했다”며 “다만 현재까지 1급 기밀 문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일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방사청이 EWTS 사업에 1억 달러 이상으로 예산을 책정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이 때문에 터키 하벨산사가 당초 예상했던 사업비 5120만 달러(약 586억원)를 9617만 달러(약 1101억원)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은 EWTS 도입 방식이 2007년 11월 국내 자체 개발에서 외국 구매 방식으로 변경될 것이란 정보도 미리 알았다고 한다. 일광공영은 같은 해 12월 하벨산과 국내 대리점 계약을 연장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과 공모한 권모(60·구속) 전 SK C&C 상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권 전 상무는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으로 방사청 감시정찰부장을 맡아 2005년 중반~2007년까지 약 1년6개월간 EWTS 사업을 담당했다. 퇴임 직후 SK C&C에 취직했다가 2009년께 일광그룹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합수단은 권 전 상무가 방사청 재직 시기 이 회장에게 내부 문건을 넘겨주거나 퇴임 후 방사청 직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 전 상무는 일광그룹의 군단급 무인정찰기(UAV) 기밀 유출 사건에도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차남이 대표로 재직 중인 일광 계열사 일진하이테크는 지난해 10월 방사청장에게 UAV의 업체 선정과 관련해 경쟁업체를 비난하는 투서를 냈다. 이 투서에는 당시 적 장비 식별 센서 세부 평가기준 등 육군본부 시험평가단의 내부 기밀이 포함됐다. 합수단은 감사원의 방위사업비리 정부감사단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