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군인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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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에 지급받을 군인연금도 이혼시 배우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군인연금에 확대 적용된 것이다.

육군 부사관이었던 A(58)씨는 1983년 B(57)씨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뒀다. 하지만 A씨의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으로 98년부터 별거했다. 그 사이 A씨는 다른 여성을 만나 동거하며 B씨와 자녀들에게는 양육비만 지급했다. 별거기간이 10년을 넘기고 자녀들이 자라자 B씨는 이혼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된 것은 A씨의 군인연금이었다. 1978년부터 복무한 A씨는 2011년 말 전역한 뒤 매달 270만원 씩의 연금을 받아왔다.

1심과 2심은 군인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 알 수 없기 때문에 A씨가 사망시점까지 매월 지급받는 연금의 30%를 다달이 B씨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혼인기간이 30년에 달하지만 그 중 14년은 별거상태였던 점 B씨가 결혼 기간 중 가사를 전담하면서 일부 기간엔 제과점·통닭집 등을 운영한 점 혼인 기간 중 발생한 1억7000만원 가량의 채무를 A씨 혼자 갚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할 비율을 정했다. 이와 함께 A씨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 3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군인연금을 포함한 재산분할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의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이전까지는 총 액수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퇴직연금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비율을 정할 때 ‘기타사정’으로만 감안했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퇴직연금의 재산가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판례를 변경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퇴직연금도 부부 쌍방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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