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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쌈밥, 낱개 바나나, 1인 테이블 … 싱글족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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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2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에서 혼자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바’ 형태의 좌석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최근 지하 푸드마켓에 바(Bar)형태의 1인석 테이블을 새로 만들었다. 눈치를 보며 2~4인용 식탁에 앉거나 모르는 사람 틈에 끼어 식사를 해야 했던 1인 고객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11층 푸드홀의 모든 매장에도 ‘ㄷ’자나 ‘ㄴ’자 형태의 1인석 10~15석을 만들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이렇게 혼자 않을 수 있는 자리부터 만석이 되자 신세계는 신규점은 물론 기존 점포도 리뉴얼해 1인석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고광후 상품전략담당 상무는 “백화점 업계는 성장이 멈춰 우울하지만 소형가전이나 1~2인용 간편식 등 싱글족들이 찾는 제품은 연간 매출이 최소 20%씩 늘고 있어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 싱글족이 매출부진에 빠진 백화점 업계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불황으로 씀씀이가 줄어든 가운데 ‘나를 위한 아낌없는 소비’에 나선 싱글족이 백화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상품 구성이나 인테리어까지 과감히 뜯어 고치며 싱글족 잡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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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은 간단한 포장 형태로 파는 음식매장에 1인 고객 비중이 50~65%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1인 샤브샤브 쌈밥정식집 ‘공기’ 매장을 명동 본점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8개 점포로 늘렸다. 가구도 싱글족이 살 만한 품목들을 늘려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 김영상 바이어는 “싱글족이 늘면서 2인용 식탁이나 싱글·더블 침대 매출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며 “여유가 되는 싱글들은 침대도 퀸사이즈를 구입하는 추세라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오는 4월 봄 정기세일에도 싱글족 품목을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 운영을 아예 ‘테이크아웃 프리미엄 델리’로 가져가고 있다.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도 고급 메뉴를 집으로 가져와 즐기려는 싱글족을 겨냥한 전략이다. 에오(양식)·제이에스가든(중식)·야마야(일식) 등 서울지역 유명 맛집의 셰프가 만든 메뉴를 반찬처럼 손쉽게 사갈 수 있도록 매장을 모아놨다.

 경제력을 갖춘 ‘골드 싱글족’이 늘면서 남성 패션소품 매출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행커치프(가슴 주머니에 꽂는 손수건), 부토니에(남성용 브로치), 스카프 등 남성용 액세서리 매출이 지난해 약 19%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성의류가 0.5%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민병도 잡화팀장은 “남성 액세서리는 의류에 비해 부수적인 아이템이라 기혼 남성보다 자신에게 소비할 여력이 있는 30~40대 싱글 남성들이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니 믹서기, 에스프레소 머신 등 신세계 소형가전 매출은 지난해 28.6% 늘어 전체 가전 성장률(4%)을 7배나 웃돌았고, 롯데 역시 1인 가구용 ‘핸디용 청소기’구매가 전체 가전의 50%를 차지한다. 늘어난 1인 가구는 상품의 부피와 구성도 바꿔놨다.

 현대백화점은 송이 단위로 팔던 바나나를 뜯어 낱개 포장하고 방울 토마토와 금귤 한팩의 용량도 500g에서 300g으로 줄였다. 참외도 기존 4개짜리 구성을 한 입 크기 2개로 줄였다. 현대는 앞으로 전 점포에서 매달 품목을 바꿔 소포장 과일세트를 판매할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설에 소포장 상품을 30% 늘렸더니 매출도 그만큼 늘어났다”며 “앞으로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특성을 다각도로 분석해 맞추는 게 업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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