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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人 과학in] ‘우버’ 한국서 영업 중단 … 우리에겐 아직도 낯선 공유경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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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호 10면

‘혁신이냐’ ‘불법이냐’를 놓고 극명하게 대립했던 우버가 결국 우리나라 제도권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2015년 3월 영업을 중단했다. 우버가 공유경제 기업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우버를 모델로 수많은 공유경제를 표방한 글로벌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을 뿐만 아니라 일부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경제 전체로 인식하는 편중된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유경제는 ‘이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다면성을 지닌 동적 개념이다. 따라서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개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로 공유경제의 개념은 커뮤니티에서 자생적 혹은 지자체 주도의 협력적 공유철학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소유하고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소비재 또는 무형의 재능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무료 프로그램과 오픈 소스, 학술지를 공개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에덱스(Edx)와 유다시티(Udacity) 등 유명 대학 강의를 공유하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둘째로는 사물인터넷을 플랫폼으로 하는 공유경제다. 에너지나 전력 등 공공재를 사물인터넷으로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개념이다. 구글이 2014년 32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Nest)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스트는 약 250달러 가격으로 인터넷 또는 스마트기기와 홈 네트워크를 연결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 구글은 아일랜드 전력과 합의해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 혹은 상업적 공유경제 개념이다. 우버의 기업 가치가 412억 달러(약 460조원), 에어비앤비가 200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이들을 모델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임대한 건물을 스타트업 기업에 재임대하는 위워크(Wework), 일반운전자를 활용해 택배를 운송하는 로디(Roadie), 반려견을 임시로 위탁하는 도그버케이(DogVacay) 등이 그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공유경제 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중개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운영한다. 이들은 기존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에서 나오는 차별성을 중시한다. 반면에 기존 시장의 지배자들, 그리고 공유경제를 규제하는 제도와의 충돌을 당연시한다. 또 이들은 웹과 앱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기술기업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 이용자들 간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운용하므로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특징이 있다. 우버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들이다.

 최근 스타트업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공유경제 영역에 대기업도 적극 합류하고 있다. 올해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포드자동차는 원하는 차량 모델을 바꿔 사용하는 카스와프(Car Swap), 우버와 같이 차량을 호출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주문형자동차(City Driving on-Demand) 서비스 등 공유경제를 자동차 산업의 혁신과 미래로 제시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은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앱을 개발하고, 우버는 반대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우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업화하려는 상호 협력모드가 깨져버린 것이다. 최종적으로 자율주행차의 타깃 시장은 택시나 물류 등 공유경제의 영역이다. 따라서 시장선점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등장은 과거의 혁신적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 등 제도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연구와 공개적 논의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글로벌 공유경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떻게 수용하고 육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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