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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브로커 난립 → 한국 의료 불신 … 해외 환자들 발 돌릴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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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호 08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혼탁한 의료관광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형외과가 경쟁하듯 불법 브로커들과 엮여 덩치만 키우면서 자칫 한국 성형외과 업계 전체가 불법 브로커의 먹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차상면(57·사진) 회장은 “불법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환자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엔 중국 자본이 국내에서 불법 형태로 운영 중인 사무장 병원까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정부가 환자 유치에만 힘을 쏟았지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

 -불법 브로커가 얼마나 만연해 있나.
 “한 해 1만6000여 명의 중국인이 한국으로 원정 성형을 온다. 이들 중 중국 브로커를 통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브로커들은 검증된 병원보다는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병원 위주로 해외 환자를 공급한다. 탈세는 기본이고 환자 안전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자본이 만든 불법 ‘사무장 병원’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만 개설이 가능하다. 그런데 소문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 한국 의사들이 대표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중국인이 실소유주다. 그런 병원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가 없고 광고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알음알음 브로커가 데려오는 구조다. 정부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의사가 왜 중국 자본에 종속되나.
 “유혹이 크다. 그런 병원에 취직하면 월 5000만원에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면 위험 부담은 크지 않다. 걸려도 현행법상 자격정지 3개월밖에 안 된다. 들키면 ‘3개월만 쉬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사무장 병원은 서류상으론 완벽하게 꾸며져 있어 걸릴 가능성도 작다. 요양병원 같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곳은 그나마 건보공단에서 적발된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성형외과는 사각지대다.”

 -정부가 환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방치한 것은 아닌가.
 “그런 지적이 많이 나온다. 가령 국내 환자 유치 행위는 불법이다. 해외 환자만 유치할 수 있게 특혜를 준 거다. 브로커를 양성화하자는 발상인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을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불법 브로커가 난립하면서 한국 의료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성형외과 업계 전반의 위기라고 진단하나.
 “그렇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해외 환자 유치에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기술이 좀 낫다지만 그 격차는 금방 좁혀진다. 한국 시장이 중국에 비해 깨끗하고 투명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지금처럼 혼탁한 상황이 계속되면 해외 환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늦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불법 환자 유치를 근절하고, 의사들이 사무장 병원에 기웃댈 수 없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에 발의돼 있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외국인에 한해 성형수술에 붙는 부가세(10%)를 환급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브로커로 환자를 유치한 성형외과는 대부분 탈세를 한다. 잘 운영하면 세원 발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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