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법률시장 확 열자, 서비스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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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송기호
변호사

법무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개방 경제에 걸맞게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개방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국제투입산출표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의 네 나라 가운데, 생산물이 해외에서 소비되는 비율이 한국이 가장 높다. 수입과 수출이 총수요(총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의 33.6%에서 2012년 36.2%로 증가했다.

 이와 같이 고도로 개방된 환경에 놓인 한국 기업에게는 이에 걸맞는 국제 거래 법률 서비스가 신속하고 저렴하게 따라 붙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최근 중국에 이어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과의 사업과 교역을 원활하게 뒷받쳐 줄 베트남 법률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더 많은 중국 변호사, 베트남 변호사, 인도네시아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소 기업이라도 사업 국가의 법에 맞는 사업 모델을 쉽게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법률시장은 폐쇄적이다. 중국조차 1992년 외국 로펌의 대표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에서 2008년에 19개 나라의 191개 외국 로펌의 대표 사무소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에도 한국에서는 일체의 외국 로펌 대표 사무소 설치가 금지됐다. 2011년에서야 대표 사무소를 설치하게 허용했지만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게 했다.

 법률서비스는 농업과 달리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농업은 토지 조건과 기후라는 근본적 제약이 있다. 한국의 영세한 소농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미국의 대규모 농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법률서비스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이다. 정보와 지식으로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법률시장 추가 개방안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무엇보다도 외국 로펌은 단독으로 한국에 로펌을 설립할 수 없게 했다. 한국 로펌과 공동으로만 로펌을 설립하되 49%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외국 로펌은 지배주주가 될 수 없게 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산업 중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지배주주가 될 수 없게 하는 업종은 어떤 것일까.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 그리고 전력의 송전이나 배전 분야이다. 과연 한국의 로펌이 기간산업만큼 외국인이 소유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이제는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외국 로펌이 한국에 독자적으로 회사를 설립해서 한국 기업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 로펌이 한국 변호사를 직접 고용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법무부의 개방안에 따르면 외국 로펌은 한국 로펌과 공동으로 로펌을 설립하지 않고선 한국 변호사를 직접 고용할 수 없다.

 더 많은 한국의 청년 변호사들이 외국 로펌에 고용되어야 하듯이, 국내. 법률시장도 전면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대표적인 생산성 서비스인 법률서비스가 더 발전한다. 농업 개방에 반대했던 필자가 법률시장 전면 개장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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