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중국으로 한발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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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틱그룹 창쩐밍 대표이사 회장(오른쪽 세번째)과 만나 금융분야 협력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사진 삼성]

삼성과 중국이 한발 더 가까워졌다.
 삼성은 26일 삼성과 중국 시틱(CITIC)그룹이 금융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그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보폭을 넓혀왔다면 이번엔 그 영역을 금융으로 넓힌 셈이다.

 협력의 상대방이 시틱그룹이란 점도 의미심장하다. 시틱그룹은 중국 최대 국영기업으로 시진핑(習近平·62) 중국 국가주석의 ‘개혁모델’로 꼽힌다. 금융과 부동산 투자, 자원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2013년 기준 총 자산이 약 752조원에 달한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558조원)을 압도하는 시틱그룹과의 협력을 이끌어낸 사람은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지난 9일 삼성증권은 시틱그룹 산하의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상품을 서로 대신 판매해주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투자은행(IB) 시장 분야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미 사업 협력을 약속한 상황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윤용암(59) 삼성증권 사장, 중국삼성의 장원기(60) 사장과 시틱그룹 창쩐밍(常振明·57) 회장을 찾았다. 2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중국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경제관련 포럼인 보아오포럼 참석을 하루 앞두고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시틱그룹에 손을 다시 내밀었다. “양 그룹간 협력을 삼성자산운용의 ETF(상장지수펀드) 사업 제휴를 포함해 다양한 금융분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국내 ETF 시장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KODEX’ 사업모델을 중국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길을 트겠다는 뜻이었다. 이 부회장의 제안에 창쩐밍 회장은 “양측이 협의 창구를 지정해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재계는 이번 이 부회장의 행보를 의미있게 평가했다. 이번 회동을 통해 시장에 “금융 사업을 키우겠다”는 신호를 던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간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격으로 글로벌 IT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사업협력을 이끌어왔다”면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대표 자격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삼성과 시틱그룹간의 관계가 돈독한 점도 주목을 끈다. 세계바둑연맹 회장을 지낸 창 회장은 지난 2011년 삼성화재 월드마스터스 대회에 직접 참석해 이세돌 9단과 시범대국을 할 정도로 호의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본지 1월9일자 B1면 참조) 삼성 관계자는 “이번 시틱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삼성증권이 중국 투자 대표 증권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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