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현충일에 日王과 만찬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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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다음달 6일에 맞춘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조해진(曺海珍)부대변인은 22일 "일제의 압제와 박해의 역사가 청산.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盧대통령이 현충일에 일본을 찾아 당일 저녁 일왕과 우호 친선의 만찬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당초 6월 6일부터 9일까지 이뤄지는 盧대통령의 국빈방문과 관련해 6일 아키히토(明仁)일왕과의 만찬, 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와의 정상회담.만찬 등의 구체적 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盧대통령 방미 기간 중 저자세 외교 논란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비판하자 한때 세부 일정 재조정에 착수했으나 무위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나 양국 정상이 맞출 수 있는 시간대가 그때뿐이어서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왕 면담을 9일로 조정하려고도 해봤으나 일왕의 지방 방문 일정이 오래 전부터 잡혀 있는 데다 국빈방문의 경우 초청자인 일왕의 첫날 식사 초대가 필수 코스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6일 일왕 만찬, 7일 총리와의 정상회담.만찬을 맞바꿔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번에 연기하게 되면 국빈방문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고 중국 방문 등 시급한 상반기의 4강 외교 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도 "북핵 해결이 급선무이며 일왕의 방한 초청도 해 놓은 터라 그 같은 문제에만 얽매여선 곤란하다"고 했다. 대개 일본 국빈방문의 경우 8개월 전 준비가 관례이나 이번의 경우 북핵 문제 때문에 2개월 동안 준비해 재조정이 어려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曺부대변인은 "실무 차원의 애로가 있더라도 의식있는 외교 당국자였다면 사전에 충분히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정 재조정을 거듭 촉구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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