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입은 하림 익산공장 찾아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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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2일 오후 국내 최대의 닭고기 가공공장인 전북 익산시 망성면 ㈜하림 공장.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로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 안에서 1백여명의 직원이 불에 타버린 물건들을 꺼내고 쓸 만한 책걸상 등을 골라 씻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김홍국(47)회장은 "하루 40만마리를 유지하던 닭 공급량이 화재 직후 며칠동안은 25만마리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80%(35만마리)선으로 올라왔고 다음달이면 완전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金회장은 이번 익산공장의 화재가 그의 사업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판단하고, 그 파장을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닭고기 가공라인 등의 소실로 인한 8백여억원과 영업손실 4백여억원을 합쳐 1천2백억원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현대해상화재에 1백95억원의 화재보험을 들어 놓은데다 전북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지자체 등에서 시설복구비 등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자금사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는 양계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준공한 경북 상주공장(하림 천하)을 풀가동하는 한편 중소업체들에 위탁가공을 맡기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메아리치는 "향토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하림의 재기 의욕을 북돋우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도내 지자체와 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회사를 찾아 격려하고 있다.

생산직원들은 출퇴근 왕복에만 무려 여섯시간이 걸리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익산에서 상주공장까지 달려가 24시간 근무를 자청하고 있다. 金회장은 "관리직원들은 급여의 일부를 반납키로 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며 "주변에서 보내준 성원과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78년 이리농고를 졸업한 이후 익산의 작은 종계사육장을 인수, 본격적인 양계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4만마리가 넘는 양계장을 운영했으나 82년 닥친 닭고기값 파동으로 폭삭 주저앉은 적이 있다.

그는 "들쑥날쑥 하는 가격변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회사를 만들려면 육가공 사업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었다"고 말했다.

86년 도계장을 인수, 하림식품을 설립한 그는 91년 익산에 5만여평 규모의 하림 공장을 마련함으로써 농장-공장-시장을 묶는 이른바 '3장 통합경영'의 토대를 마련하고 고성장의 뜀박질을 시작했다.

현재 하림은 제일사료.농수산방송.주원산오리 등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간 총 매출액 1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축산전문 기업이 됐다.

지난해 4천3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하림의 경우 신선육 공급이 70%, 육가공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치킨 너겟 등 육가공 냉동제품 분야는 국내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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