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새 23명이 자격증, 학교 밖 청소년 희망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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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무지개 청바지 강의실에서 자격등 취득을 위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무지개 청바지]

‘방황하고 넘어져도 청춘이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문로 3층 건물. A(17)군이 붓을 들고 이런 글씨를 써내려갔다. A군의 손목에는 싸움을 하다 유리 조각에 다친 상처가 있다. 그는 ‘일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지난해 자퇴 형식으로 학교를 떠났다. 그후 5개월여. A군은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으로 180도 바뀌었다. 경찰관이 꿈이 됐다. 대학 진학도 생각 중이다. 미래를 위해 틈틈이 켈리그라피를 배워 자격증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A군처럼 학교 밖 10대를 바꿔놓는 대구의 한 청소년 시설이 있다. ‘무지개 청바지’다. 지난해 문을 연 성서청소년상담복지센터다. 이곳은 지난해 4월 저소득층 학생들이 공부하는 복지시설인 신당동 공부방(면적 271㎡)을 달서구청이 82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3층 건물로 강의실과 북카페·상담실 등이 있다. 29명(남 14, 여 15)의 학교 밖 청소년이 모여 자격증과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성과는 놀랍다. 지난해 11월 수업을 본격 시작했지만 그새 23명이 자격증을 1개 이상 취득했다. 3개를 딴 학생도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켈리그라피와 간판글씨 디자인(POP), 바리스타 초급인 홈카페 마스터 자격증 등이다. 이 중 12명은 다음달 12일 검정고시를 치른다.

 이런 성과의 배경엔 ‘오픈 하우스’로 불리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규학교나 대안학교와 달리 무지개 청바지에선 청소년 스스로 내키지 않으면 검정고시나 자격증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자유롭게 개방된 이 건물에서 공부하고 싶을 때까지 놀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조혜정(27) 무지개청바지 상담사는 “29명 중 6~7명은 처음에 열흘 이상 오픈 하우스만 했다. 이런 방식이 통할까 싶었지만 공부하는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분위기만 만들고 기다리는 방식인 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 부모와의 상담도 눈길을 끈다. 부모가 “자퇴한 아들이 말만 하면 화를 낸다”고 하면 상담사가 “집에 일찍 들어오면 칭찬해주며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여성가족부와 달서구청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는 무지개 청바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053-592-1377.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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