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일 어업협정은 유지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일 어업협정과 독도 영유권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장관도 어업협정 폐기를 검토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올바른 판단이다. 어업협정을 폐기하고 재협상하라는 야당과 일부 학자의 주장은 잘못된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비치게 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뿐이다.

한.일 어업협정 파기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 어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어업협정 15조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害)하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협정이 영토를 규정한 헌법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와 있다.

독도는 지금도 그 주변에 12해리의 영해를 갖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만이 독자적인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일본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우리의 허가 없이 침범할 수 없다. 한.일 양국이 공동어로를 하는 중간수역은 그 바깥에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독도가 경제수역을 갖지 않는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 따라서 유인화 정책으로 독도가 유엔해양법상 확실하게 섬으로 인정받으면 배타적 경제수역을 새로 획정하자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자는 주장 역시 현명하지 못하다. 국제법상 영토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실효적 지배'여부가 영토주권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이며 평화적인 국가권력 행사가 관건이다. 경찰로도 국가권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독도에 굳이 군대를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독도 관광 허용이나 주변 수역의 자원 개발 허가 등 평화적인 행정조치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 입장에서 이제부터는 오히려 조용한 외교로 돌아서야 한다. 어업협정 파기나 군대 파견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명백한 진실에 왜 스스로 의문을 던지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