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씨, 나라종금 사건후 잠 못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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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입원이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金의원 측은 21일 "金의원이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송선양 변호사로부터 출두와 관련한 법률조언을 받던 중 갑자기 '어지럽다'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면서 "내일 종합검진을 받아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최근 신경을 많이 써 기력이 떨어진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金의원이 드문드문 말을 할 정도로 의식은 있으나 힘이 없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라며 "저녁 식사는 거의 하지 못했고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고 상태를 전했다.

金의원이 입원 중인 성애병원 측은 "지병인 척추 신경 계통의 장애와 당뇨 증세로 고생하던 金의원이 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金의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 뒤 큰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의원은 신길동에 있는 이 병원의 7층 1인 병실에 입원 중이다. 입원 때는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金의원의 김정현 보좌관은 "金의원이 나라종금 사건이 나고부터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지난 17일 지역구인 목포에서 올라온 후부터는 혈압이 높아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 악화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입원 중인 이날 저녁엔 불쑥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金보좌관은 전했다. 최근 金의원을 만난 한 측근도 "나라종금 연루설이 연일 보도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金의원의 아버지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이날 밤 김한정 비서관으로부터 아들의 입원 소식을 보고받았다. 金전대통령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金비서관은 전했다.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평소 건강이 안 좋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김옥두(金玉斗).김충조(金忠兆) 의원은 이날 밤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방문객을 받지 말라"는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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