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산골채소밭 습격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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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확철에 설치던 야생동물이 봄철에도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다.

포항의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죽장면 상사·두마리 일대는 야생동물의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밤 사이 어린 배추잎을 마구 뜯어먹고 발로 짓밟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주범은 노루·고라니·산토끼 등이다. 이들은 잎이 부드러운 배추나 고추 모종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죽장면 상옥리의 상추와 담배도 이들의 표적이다. 담뱃잎은 맛이 없어 먹잇감은 아니지만 밭을 마구 돌아다니는 탓에 줄기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히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생동물의 피해는 청송·영양 등 경북의 산골지역 곳곳에도 나타나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쯤되자 농민들은 밤을 새며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죽장면 주민들은 밤에도 밭을 지킨다. 죽장면 상사·두마리 주민들은 60ha에 고랭지 배추를 재배해 연간 50여억원을 벌어들이고 있어 이들과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밭둑에 트랙터의 시동을 켜 놓은 채 음악을 틀거나 불빛을 비추는 식으로 밤새 야생동물을 쫓고 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노루·고라니들이 주민을 겁내지 않고 돌아다녀 피해도 커지고 있다.

상사리 주민 이석칠(50)씨는 “몇년 전부터 야생동물이 설치면서 피해가 늘어 4월부터 야생동물 쫓기 작전을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자 포항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야생동물 막기 시범사업으로 예산 3천5백만원을 확보, 자체 설계한 철망을 만들어 이달 중순 상사리 8농가의 채소밭 3만여평에 울타리를 만들었다. 1.5m 높이의 철망 7㎞를 친 뒤 피해는 사라졌다.

포항시농업기술센터 김윤환(44)농촌지도사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철망을 설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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