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 공무원연금 개혁안 설계자의 쓴소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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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호 31면

“지금 이대로 가면 두 가지 결론밖에는 없다. 겉으로는 합의한 척하면서 알맹이는 없는 개혁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되거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게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묻자, 그가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아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설계했다.

국회의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지 75일이 지났다. 그러나 그의 우려대로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위 산하 국민대타협기구는 활동 시한인 이달 28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타협기구가 이뤄낸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 10일에서야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수준의 하나 마나 한 말만 내놓는 데 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체 개혁안은 내놓지 않은 채 지난 12일 느닷없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퇴직 전과 퇴직 후 받게 되는 소득의 비율)을 50%로 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의 보장 수준으로 끌어올려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했는데 이를 되돌리자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지금 상태론 2060년에 기금이 모두 고갈되는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주장이다.

새누리당도 눈치보기는 마찬가지다. 외견상으론 유승민 원내대표가 “여야 지도부의 합의대로 5월2일까지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결과야 어찌 됐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 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연금 특위에 참여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개혁 논의가 길어질수록 표만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여야, 정부, 노조안을 적당히 뒤섞은 방식으로 타협될 게 뻔하다”고 털어놨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미 1995년과 2000년, 2009년에 세 차례나 시도됐다. 그러나 핵심은 놔둔 채 시급하게 마무리하는 바람에 번번이 개악(改惡)에 그쳤다. 이런 탓에 연금제도가 6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향은 간단하다. 공무원들이 낸 만큼 연금을 받도록 제도를 고치면 된다. 더 이상 불어나는 적자를 메우느라 세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2012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일본에선 올해 10월부터 공무원이 일반 국민과 동일한 연금 제도를 적용 받는다.

이번에도 수술에 실패한다면 지난해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은 2020년 6조6000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제 시한이 며칠 남지 않은 공무원연금 특위의 활동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천권필 정치부문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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