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류에도 … 영국, 중국 주도 AIIB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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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주요7개국(G7) 중 처음으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AIIB 참여 의사를 표명한 나라는 28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국제 금융 질서에 변화를 꾀하는 중국의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주중 영국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은 국가의 장기 경제 계획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긴밀한 협력을 해왔다. 앞으로 AIIB에 참가해 우리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에서 기회를 잡고 아시아와 공동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은 AIIB 창설에 어느 정도의 지분을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 재정부도 이날 “영국 정부가 이미 AIIB 참가를 확정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앞으로 영국은 이미 AIIB 창립 회원국으로 확정된 21개국과 협상을 통해 창립 회원국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AIIB 참여 결정 소식이 전해진 뒤 그동안 참여를 거부해온 호주가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13일 시드니에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요구해온 AIIB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며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AIIB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개발은행 설립과 같은 중국의 행보를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동맹국에 AIIB에 참여하지 말도록 설득하고 있다. 영국이 AIIB 합류할 뜻을 밝히자 “미국과 협의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하현옥 기자 chkcy@joongang.co.kr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중국이 낙후된 아시아 인프라 건설, 주변국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창립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설립될 예정이다. 자본금은 500억 달러로 시작하고 향후 10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게 중국의 계획이다. 본부는 상하이(上海)에 두고 초대 회장은 진리췬(金立群)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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