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점과 42점의 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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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서울시내 한여고에서 올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평준화시책이 실시된 후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일이지만, 중학3년 과정이면 충분히 풀수 있는 출제였는데도 국어 67·6, 수학 50·7,영어 40·3이란 점수는 예상을 훨씬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자모순서나 호칭을 제대로 못쓴다든지, 작문에서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많이 틀렸다는 몇가지 평가결과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학교간의 학력차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다. 심각한 문제다.
어느 중학교 출신은 국어에서 평균77· 8점을 받았는데 어느 중학교 출신은 평균 42점 밖에 못받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 것인가.
교육의 기회균등이란 이상론에서 출발한 평준화시책이 한낱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것은 이제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학생의 실력이나 소질 등은 무시한채 추첨으로 배정하는 방식이 교육의 기회균등이 아니라 도리어 불평등을 조장한 결과가 되었다해서 지나친 말은 아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평준화시책 이후 명문하면 어디 어디를 꼽을 만큼 학교간의 차이는 심해졌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중학교의 학교차도 고등학교의 학교차 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낮지는 않다.
교사의 교류, 정부재원에 의한 공평한 시설투자 등으로 공립학교는 그런대로 어느 수준은 유지되지만 사립학교의 학교차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가령 고교입시인 연합고사에서 90%이상을 합격시키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70%만을 겨우 합격시키는 학교도 있다. 평균 78점을 가르친 학교가 있는가하면 42점밖에 못가르친 학교도 있다.
78점짜리 학교에 들어가느냐, 42점짜리 학교에 들어가느냐가 본인의 의사나 실력과는 관계없이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잘못 되어도 이만 저만 잘못된 일이 아니다.
평준화시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자는 것이지 하향시키는데 있지는 않다.
얼마전 서울대학교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시험에서 성적이 너무 낮았다해서 문제가 된 일과 함께 고교신입생의 학력도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정부수립 이래 거의 해마다 고치고 바뀌고 한것이 우리의 교육제도였다. 선진제도는 거의 도입되었고 적어도 한번씩은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어느 제도도 성공을 하지 못했으며 모든 개선책은 결과적으로 개악에 그친 일이 많았다. 평준화시책은 아마 개악의 대표적인 예로 꼽힐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인제도의 모순점이 너무 많다해서 백지 위에서 교육제도를 설계해야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양적 팽창에만 급급한 나머지 질을 높이는데 소홀했던게 사실이다. 교육의 내실화에 대한 요청은 많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국제환경 등 모든 여건으로 보아 소홀했던 질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돌리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평준화시책의 전면 재검토를 비롯해서 기초교육 과정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질을 높이는 획기적인 단안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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