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직원들 끌어모아 연 2억달러대 수출기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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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조선업체인 ㈜신아의 유수언(63)사장은 금탑산업 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0여년간 겪었던 고초를 떠올렸다. 신아는 1991년 대우조선에 합병됐다.대우는 회사 자산만 인수해 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져야 할 처지였다.

당시 인사.노무를 책임지는 관리담당 부장이었던 유 대표는 "이대로 27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떠날 수 없다"며 팔을 걷어 붙였다.직원들의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모아 조선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회사이름도 신아(信我)에서 신아(新我)로 바꿔 달았다. 17년간 활동했던 노동조합은 자진 해산했고 대우로부터 도크를 빌려 선박건조 주문을 받았다.

종업원 지주 회사로 재탄생한 신아는 한번도 납기를 어기지 않는 등 거래선과의 신뢰를 쌓았다. 매출이 늘면서 97년엔 빌려 쓰던 조선소 건물과 시설을 되찾았다.2001년 주총에서 사장으로 뽑힌 유 대표는 일년에 평균 150일 가량을 유럽과 아프리카.동남아로 돌아다니며 수주 활동을 폈다.선박품질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알아준다.

재기의 발판을 다지던 회사는 2003년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조선소가 400억여원의 손실을 봤지만 보상금은 200억 여원에 지나지 않았다. 유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밤새 젖은 용접기를 말리는 등 복구에 애를 먹었다. 중형(5만t)급 정유 및 화학제품 운반선을 집중적으로 만드는 전략도 주효했다.

유 사장은 "대형 조선소가 뛰어들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살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92년 220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3100억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올해 2억5400만 달러의 수출실적도 기록해 이날 2억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현재 ㈜신아는 2008년에 인도할 물량까지 합쳐 총 46척(20억 6000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아 놓았다. 유 사장은 "특수 선박 연구개발(R&D)에 매출액의 10% 이상을 집중 투자해 2008년까지 회사를 세계 10대 조선소로 만드겠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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