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홍위병식' 반부패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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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6년간 집권해온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방식으로 반부패 투쟁을 전개 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번 반부패 운동의 명칭은 '7.26 운동'이다. 1950년대 말 카스트로 의장의 쿠바혁명운동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카스트로 의장은 최근 "순결한 사회를 위해 2만6000명의 사회사업가를 동원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추가로 10만 명의 사회사업가.학생들을 동원해 부패 관리들을 대중의 한가운데로 끌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운동의 제1차 목표는 부패와 불법이 만연하고 있는 에너지분배 시스템이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 수천 명이 주유소를 접수하고 정유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석유제품 수송 트럭을 타고다니며 유통망을 감시 중이다. 한 달가량 감시활동을 펼친 결과 "국가가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절반 가까운 물량이 새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감시단은 빵집으로 달려가 가구별 필요량을 측정한 뒤 그에 따라 밀.설탕 등의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빵집 인근의 약국.환전소.식당 등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을 ▶부유계층▶일반계층▶빈곤계층으로 분류해 조사하고 있다.

카스트로 의장은 "탈(脫)중앙정부, 소기업 영업 허가, 달러 유통 허용 등 일련의 시장 개혁 조치가 악을 키웠으며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국인 은행가는 "마오쩌둥의 고전적인 중국식 우익 척결 운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난과 불법행위를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시장개혁"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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