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교육부가 주관해 시행한 수능시험 '듣기평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틀린 발음 일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우리말 발음을 연구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쓰이는 '발음 사전'을 기준으로 세어본 결과 올해 수능시험에선 225개 낱말의 발음 가운데 193개의 발음이 틀리고 32개만 맞았다. 문제가 된 발음은 길게 소리내야 하는 발음을 짧게 소리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육부가 1988년에 만든 '표준발음법'에서는 제3장 '음의 길이'에서 '모음의 장단을 구별하여 발음하되 단어의 첫 음절에서만 긴소리가 나타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입 수능시험은 60만 수험생의 미래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만약 '표준발음법'이 필요 없는 것이라면 교육부는 하루빨리 그 규정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켜야 할 어문규범으로서 가치가 있다면 그 규정을 만든 교육부가 솔선수범해 지켜야 한다.
김창진 초당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