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 열쇠 쥔 단백질 분해과정, 국내 연구진이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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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상 교수.

고혈압은 흔히 나쁜 식습관이나 생활환경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1차성 고혈압(본태성 고혈압)은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긴다.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돼 왔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실마리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활철상 교수 연구팀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Rgs2)의 분해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된 논문을 통해서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단백질(Rgs2)의 구조가 정상인과 다르다(돌연변이). 단백질이 분해되는 속도도 정상인보다 훨씬 빠르다. 연구팀은 사람의 세포 속에 있는 특정 효소(Teb4)가 Rgs2 분해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상인과 고혈압 환자 양쪽 모두 다 그랬다. Rgs2 단백질 숫자가 줄면 혈관 이완이 덜 되고 그만큼 혈압이 높아진다.

만약 Teb4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그간 사용된 이뇨제ㆍ교감신경차단제 등과 달리 부작용이 없이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가 진행한다면 10년 이내에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원인 모를 혈압 이상에 의해 생기는 심혈관 질환 연구와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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