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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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忠義可求'

서울 원효로1가에 위치한 소형 가전제조업체 유닉스전자 ㈜의 이충구(李忠求.63)회장 사무실 액자에 쓰인 한자성어다.

기자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회장은 "정성스럽게 의를 구하면 가히 얻을 수 있다" 는 의미라 했다.

"기업인이 이(利)를 말하지 않고 의(義)를 앞세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데요"라고 다시 묻자 그는 "義가 없다면 利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가전업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25년이 넘도록 유닉스전자를 키워온 그만의 비결이자 경영철학이다.

그는 "IT업체들에는 6개월 혹은 1~2년 안에 자리를 옮기는 직원들이 많지만 우리 회사에는 10년, 20년 나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많고 이들 덕분에 회사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단 직원뿐이 아니라 고객들과의 신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1978년 회사설립 후 기술개발 등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일본 마쓰시타전기.사토 라이트사의 관계자들의 은혜(?)를 못잊어 지금도 친구 이상의 교분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의' 때문이다.

지난해 3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유닉스전자는 올 목표를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려 잡았다. 미국의 이.미용기구 유통업체인 암스트롱 맥콜사와 최근 수출 계약을 해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헤어드라이기.고데기 등 5만대를 첫 선적했고 5월에는 9만3천대, 6월에는 12만4천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유닉스 제품은 맥콜사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지역에도 진출해 있다. 아직은 주문자부착생산(OEM)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자체 브랜드로 수출도 늘릴 계획이다. 유닉스의 올해 총 수출액은 3천만달러(약 3백60억원).

이회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초 전자파를 차단한 헤어드라기를 선보이는 등 시장 흐름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근 석.박사급 연구개발(R&D)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유닉스는 현재 2백여 직원 가운데 10%인 20여명이 연구 인력이다. 최근 애견 전문점에 가지 않고도 강아지의 털을 손쉽게 깎아줄 수 있는 '셰이버'와 세시간 정도 충전으로 15일 가량 사용이 가능한 면도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닉스는 현재 헤어드라이기를 중심으로 면도기.청소기.안마기 등 15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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