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튼 "줄기세포재단 미국인 다수 참여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스너피와 농구
황 교수팀의 복제 개 스너피가 28일 서울대 수의대 운동장에서 농구하는 수의과 학생과 함께 놀고 있다. [한국일보 제공]

미국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에게 특허 지분과 이사장 자리 등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갈등의 배경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서로 '형제(brother)'로 부를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는 달리 물밑에서는 6월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섀튼 교수가 결별 선언을 한 데는 두 사람 사이의 이런 갈등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고 있다.

◆ "특허 지분 절반 달라"=섀튼 교수와 황 교수의 만남은 200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섀튼 교수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원숭이나 인간 등의 영장류 복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섀튼 교수에게 "나는 인간 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을 받은 섀튼 교수는 그해 11월 말 방한해 황 교수의 줄기세포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 무렵 섀튼 교수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미국으로 가져와 미국의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활용하자"고 제의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줄기세포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만큼 분화기술을 한국으로 갖고 와 연구하자"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의 줄다리기는 황 교수가 연구원을 섀튼 연구실에 파견해 원숭이 복제를 돕는 선에서 정리됐다.

2005년 5월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섀튼 교수는 이 논문의 공동 저자(25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 마지막 부분에 황 교수와 섀튼 교수의 팩스와 e-메일.전화번호가 나란히 올라 있다. 황 교수는 당시 "섀튼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단순한 자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험의 하나하나에 관여했다"고 섀튼 교수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논문을 발표한 지 한 달 뒤인 6월께다. 당시 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섀튼 교수가 미국인 특허변호사를 대동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섀튼 교수의 의도에 대해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섀튼은 이후 보다 분명하게 특허 지분을 요구했다. 10월 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섀튼 측은 한국 측 관계자를 만나 특허권의 50%를 요구했다. 섀튼은 이 자리에서 황 교수 논문의 공동 저자로 특허권을 가질 권리가 있으니 특허권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황 교수 측은 이를 거부했다. 연구의 특허권이 국가(서울대 산학협력재단)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 "세계줄기세포 재단이사장 맡겠다"=서울대병원 측은 4월 세계줄기세포 허브나 은행의 필요성을 논의했고 6월 20일 황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당시는 허브로 할지, 줄기세포 은행으로 할지 등을 정하지 않은 때였다. 또 줄기세포 허브와 함께 연구기금을 관리할 세계줄기세포재단(World Stem Cell Foundation)을 만드는 방안도 같이 논의됐다. 새튼 교수는 이 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요구했다.

피츠버그 대학은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직후 섀튼 교수를 대신해 발표한 성명에서 "섀튼 교수는 이사회 의장(Chairman of the Board of Directors)을 맡기로 돼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섀튼 교수는 이 재단 운영을 책임질 이사회에 다수의 미국인 과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재단을 미국에 두자는 의견도 냈다.

정부 관계자는 "섀튼 교수가 황 교수를 내세워 세계줄기세포 재단을 미국에 세워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금 등을 끌어들일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단계를 거쳐 섀튼이 재단과 허브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교수 측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정부 관계자는 "황 교수가 '외국 자본을 받아서 연구하기 싫다. 이것(연구 성과물)은 국가 소유가 아니냐'며 섀튼 교수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다수의 미국인 과학자를 이사회 멤버로 하자는 섀튼의 주장과 관련, 황 교수 연구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황 교수와 그의 공동 연구자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가 '적어도 50% 이상은 한국 사람이어야 한다'고 섀튼 교수의 제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섀튼 교수는 서울대 초빙교수를 원했고, 서울대 병원 측은 19일 세계줄기세포 허브 기자회견에서 "섀튼 교수를 초빙교수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섀튼 교수는 서울대 초빙교수로 임명되지 않았고 줄기세포재단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신성식.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