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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맛있다 … '손님마음'부터 튀겨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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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치킨대학' 입구에 들어서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제너시스 교육시설인 '치킨대학' 입구 도로에서 지난여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치킨대학'이 표시된 그 도로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합성사진 같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치킨대학은 BBQ치킨으로 잘 알려진 제너시스가 2000년 예비 창업주와 가맹점주, 직원 등의 교육 목적으로 만든 교육시설이다. 7만8000평의 대지에 연면적 1000평 규모로 지어진 치킨대학은 대강당.세미나실.실습장.야외수영장.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주 방문한 치킨대학에서는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제너시스는 'BBQ' 'BHC' '닭익는 마을' 등의 치킨 브랜드와 우동.돈가스 전문점 '유나인'(u9), 스시.어묵 전문점 '아찌'(Azzy), 생맥주 전문점 '큐즈'(Q'z) 등 7개 브랜드에 모두 2800여 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이다. 이런 그룹이다 보니 매주 쉬지 않고 교육 과정이 열리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BHC.아찌.큐즈 등의 가맹점 창업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은 보통 4박5일간 합숙을 하면서 진행된다. 창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점포당 2인씩 교육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지만 형제자매나 자녀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치킨대학 김철원 교육훈련팀장은 "소자본 창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부부가 함께 일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아르바이트만 고용하면 수익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은 조리를, 나머지 한 사람은 배달이나 홀 접대를 하고, 언제든지 서로 일을 맞바꿀 수 있도록 해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치킨대학 곳곳에는 '천년의 꿈…당신의 미소 속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1995년 창업 시절부터 견지해온 경영 이념이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여서인지 서비스 교육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서비스의 기본개념'이란 강의 제목이 달려 있는 아찌 창업자들의 교육장에 들어가 봤다. 인사법과 함께 '주문을 받은 뒤 반드시 주문을 고객에게 다시 확인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고객 응대법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객이 계산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제시했는데, 카드정지라고 나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사가 묻고 답했다. "손님, 지금 통신 장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카드나 현금 있으신가요?"라고 하는 게 정답이란다. 카드 정지 상태라고 '정직하게' 말하면 고객이 동반한 손님들에게 체면을 깎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사는 "세심하게 배려해야 고객이 감동한다"고 강조했다.

큐즈 창업자를 위한 강의실. "도레미파솔…솔 톤으로 인사를 하세요. 약간 고음으로 인사를 하면 매장이 더 활기차 보입니다."(강사) 12월 초 충북 청주에서 큐즈 가맹점을 열 계획인 전남호(32)씨는 "몸에 익을 때까지 인사하는 법을 연습했다"며 "인사할 때 머리를 푹 숙이지 않고 조금 들면 더 정중해 보인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BHC 조리실습장에서는 포장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강사는 BHC의 주메뉴인 '콜팝'을 배달할 때 빨대를 테이프로 어떻게 처리하면 좋다는 세밀한 사항까지 가르쳤다. 단체배달 주문 처리요령 등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대처법 교육이 이어졌다. 전남 광주에서 BHC 개업을 준비 중인 고미자(45)씨는 "교육이 체계적이어서 가맹비 500만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치킨대학에서의 예비 창업자 강의는 회사 소개와 닭에 대한 교육(치킨 브랜드의 경우)부터 시작해 메뉴 교육으로 이어진다. 특히 메뉴 종류와 가격을 외우는 것은 외식 창업 교육의 기본이라고 했다. 김철원 교육훈련팀장은 "메뉴 품목이 아무리 많아도 점포주는 메뉴의 종류와 가격을 꿰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장에서는 수시로 쪽지시험을 보며 창업자의 암기상태를 점검한다. 가맹점주들은 창업 이후에도 2년마다 치킨대학에 다시 모인다. '보수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2년간 서로 점포를 운영하며 쌓은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 신제품 조리 방법을 습득하는 자리라고 한다. 치킨대학에는 제너시스 중앙연구소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제너시스 장영학 상무는 "2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제품개발과 조리법 개선에 땀을 쏟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장 상무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많이 성숙했지만 아직도 가맹점을 유치, 점포를 열고 가맹비만 챙기면 된다는 식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교육 시스템 등 프랜차이즈의 기본을 제대로 갖춘 업체나 업종을 고르면 창업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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