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직원도 권한 주면 실력 발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3년 연속 국제 PR(홍보)상을 받은 KPR의 신성인(52.사진) 사장은 "수평 조직을 만들어 50여명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낸 것이 홍보관련 국제상을 연거푸 받는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한다. KPR은 GM대우 출범과 관련한 홍보 활동을 맡아 2003년 국제PR협회(IPRA)의 'IPRA 골든 월드 어워드-인수.합병(M&A) 홍보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홍보 캠페인 등으로 홍콩의 PR 전문지 '미디어'가 주는 아시아PR상을 받았다

신 사장이 말하는 수평 조직이란 직원 개개인에게 홍보 프로젝트를 나눠주고 모든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KPR도 전문 지식을 높이기 위해 소비재.의약품.스포츠마케팅 등으로 팀을 나눠놓기는 했다. 팀장(부장급)과 팀원도 있다.

그러나 특정 회사의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 회사를 담당한 팀원이 정한다. 팀장은 팀원의 아이디어에 충고만 해 준다. 과장.대리는 물론 말단 직원까지 이런 권한을 주면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 신 사장의 경영지론이다.

업무 평가에도 수평 조직의 특성을 반영했다. 6개월에 한 번 씩 고과를 매기는데, 그 6개월 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평가한다. 당연히 팀원들이 팀장도 평가한다.

신사장은 "평가 항목도 직접적인 성과보다는 조직내 인간 관계에 더 비중을 뒀다"고 말한다. 평가항목에는 '팀원의 인격을 존중하며 밝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가''경영층과 대화를 잘 하는가' 등이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윗사람에게도 서슴없이 의견을 밝히는 자질을 갖춰야 수평 조직에 걸맞는 인재라는 것이다. 신 사장은 스스로의 역할을 "직원들의 애로점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신사장은 "직원들 하는일에 감놔라 배놔라 해서야 창의력을 발휘하겠는가. 홍보를 맡은 기업과의 관계, 회사내에서 일하는 환경 등의 문제점을 나서서 풀어주면 나머지는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실제 고과 평가때 직원들에게 건의 사항을 써내게 한다.

건의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팀장 이상 간부 회의에서 논의한 뒤 전체 직원들을 모아놓고 그 결과를 알려준다. 신 사장은 "직원들의 건의를 잘 받아들여 일하기 좋은 환경을 꾸미는 회사에 인재가 모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현대건설 해외업무 담당으로 일하다 1980년대 후반 홍보대행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1996년 KPR사장에 올랐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