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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중개 큰손' 이규태 회장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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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산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국내 무기중개업체 회장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액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11일 오전 무기거래업체인 일광공영의 이규태(66·사진) 회장을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체포했다. 일광공영 본사, 계열사 등 17곳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회장은 방위사업청이 1억87만 달러(약 1300억원)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작전 요구 성능과 장비 원가를 속여 돈을 더 받아낸 뒤 차액을 터키 방산업체인 ‘하벨산’ 측으로부터 리베이트 형태로 돌려받은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EWTS는 북한의 요격기,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에 맞대응하기 위한 전자방해 훈련장비 도입 사업이다. 2009년 3월 방위사업청이 하벨산과 1300억원대에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당시 중개 업체가 일광공영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당초 하벨산 측이 방사청에 4000만 달러(약 450억원) 이하의 가격을 제안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구매계약을 담당했던 방사청 항공사업본부 직원들과 일광공영 실무자를 불러 가격이 부풀려진 배경을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방사청에 제출한 성능 서류를 조작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하벨산의 국내 하도급 업체 SK C&C 권모 전 상무(예비역 준장)도 사기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터키 국적의 하벨산 한국지사장 K씨(43)를 소환조사했다. K씨는 2009년께 “하벨산과 대리점 계약이 끊기지 않도록 현지 이사들에게 로비해 주겠다”며 이 회장에게서 4억8000만원을 받았다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말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앞서 3400억원대 러시아 무기도입 사업인 제2차 불곰사업(2000~2006년)에서 러시아 업체를 대리했다가 커미션 84억원 중 4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0년 구속기소됐다. 서울 성북구의 D교회에 헌금으로 내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2년 7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받았다.

 경찰 출신인 이 회장은 ‘방산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일광공영은 2002년 12월 터키 하벨산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이후 공군의 CN-235 수송기 도입 사업을 성사시키는 등 김대중 정부 때 급성장했다.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도 이 회사 계열사다. 이 회장은 최근 소속 연예인이었던 클라라(29)와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비리 의혹은 도입된 무기가 북한의 주력 미사일에 대응하는 작전 요구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변무근 방사청장은 “무기중개상(일광공영)이 개입됐는지 모르겠고 하벨산과 방사청이 직접 거래했다”고 해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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