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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화려하다·가볍다 … 여심 사로잡을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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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블랙 블라우스에 레드 립스틱을 매치한 톱 배우 김성령을 모델로 쓴 라루즈(왼쪽)와 귀여운 인상의 골프 스타 전인지를 바비 인형으로 변신시킨 핑의 랩소디(가운데). 오른쪽은 골드와 퍼플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진 젝시오 프라임 로열 에디션 레이디스.

골프는 남자들의 스포츠였다. 영화 다빈치 코드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비밀결사 조직인 프리메이슨이 골프 클럽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프리메이슨은 인도주의를 지향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명문 클럽 회원들은 클럽 바에서 “골프는 ‘Gentleman Only, Ladies Forbidden(남성 전용, 여성 금지)’의 약자”라고 여성을 비웃으면서 위스키를 마시곤 했다.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있는 R&A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자와 개는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있었다.

2015년 시선은 확 바뀌었다. 고루하기 그지없던 오거스타 내셔널과 R&A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여성을 회원으로 받았다. 늘어난 여성들의 골프 참여를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LPGA 투어에서도 가장 잘 하지만 아마추어 여성 참여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골프장 경영협회에 따르면 5년 전 8:2 정도에 불과하던 골프장의 남녀 내장객 비율은 6:4에 가까워졌다. 일부 골프장에는 주중에 여성 골퍼의 비중이 더 많다. 그린피가 비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스카이 72골프장도 여성들이 늘어나 파우더룸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골프 용품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직 남성 시장이 더 크긴 하지만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또 남성들은 자신의 선호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투입 대비 산출이 크지는 않다.

반면 여성용 클럽은 블루오션이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다 미개척지여서 기술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다고 본다. 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퍼포먼스 보다는 패션 쪽에 관심을 둔다. 시즌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팔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이 더 큰손이다. 이제 국내 골프 클럽 시장에서 GOLF는 남성 전용, 여성금지가 아니라 ‘Gentleman OK but, Ladies First(남성 환영, 그러나 여성이 먼저)’다. 그간 여성들은 소외됐다. 여성용 클럽은 말만 여성용이지 사실상 남성용 제품의 변형이었다. 남성용 제품에 샤프트는 좀 짧게 하고 헤드를 가볍게 해서 ‘레이디’라는 표시를 붙이는 식이었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클럽은 남성 클럽이었다. 남자 아마추어와 여자 프로의 스펙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성 아마추어를 위한 클럽은 거의 없었다. 시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아마추어 여성 전용 상품을 만들었다가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었다.

 올해 시장은 여성이다. 여성을 먼저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핑의 김진호 상무는 “당분간 여성 클럽에 전력 투구한다”고 말했다. 여성 클럽에서 먼저 고려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선 디자인, 후 퍼포먼스다.

 한국미즈노는 2년여 기획 끝에 여성 전용 브랜드인 ‘라루즈(프랑스어로 ‘붉은 색’ ‘립스틱’이란 뜻)’를 출시했다. 스타일과 패션을 중시하는 여성 고객을 겨냥해 강렬하고 섹시한 붉은색을 채용했다. 요즘 뜨는 배우 김성령은 같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골퍼들에게 도발한다.

 묵묵히 외길을 가는 다소 전통적인 이미지의 핑도 한국 여성 앞에서 확 변했다. 귀여운 인상의 골프 스타 전인지를 화려하게 메이크업해 바비 인형으로 변신시켰다. 인형 전인지는 새로 출시한 스타일리시한 여성 골프클럽 ‘랩소디(Rhapsody)’의 모델로 기용했다.

 젝시오 프라임 로엘 에디션 레이디스는 황금빛에 보랏빛이 어우러지는 헤드에 3가지 색상이 그러데이션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명품 브랜드답게 고급 케이스에 담겨 있다.

예쁘다고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출시된 모델들은 여성을 위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클럽이다. 미즈노 이수남 골프사업부장은 “라루즈는 기획 때부터 철저히 한국 여성 골퍼의 스윙 스타일과 신체적 특징을 면밀히 검토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핑의 랩소디 헤드는 한국 여성 평균의 헤드스피드에서 최적화되고 클럽 무게도 한국 여성들이 가장 잘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젝시오 프라임 로열 에디션 레이디스’는 예술이다. 전체 무게가 256g으로 초경량인데 그립 무게를 빼서 헤드에 옮겼다. 스피드가 빨라지고 무거운 헤드로 인한 강한 운동에너지로 거리가 늘어나게 설계됐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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