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거리의 아이들' 합창단 "사랑과 희망을 노래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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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빈곤 아동들로 구성된 블루스카이 합창단원들이 25일 서울 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25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 기독교 100주년기념관에서 발음은 어색하지만 맑은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몽골에서 온 '블루스카이 합창단'. 7 ~ 17세 총 3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26일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한 달 반 전부터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랑이 느껴져요."

맏언니격인 몽골샤갈(16.여)의 말이다. 천진난만한 미소의 아이골(13.여)도 "이 노래는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라며 거들었다.

이들은 '거리의 아이들'이었다. 1990년 사회주의에서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실업률이 40%에 육박하고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 수입에 불과하던 몽골에서 이들은 가정에서 버려져 길거리로 내몰렸다. 이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아이들을 돌보면서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2001년 합창단을 만들었고, 이번 한국 나들이는 ㈜대교 측이 여비를 지원해 이뤄졌다.

"한국에 빨리 오고 싶어 잠도 못 잤어요. 와보니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더 좋아요."

아이들은 몽골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피아노' '장길산'을 열심히 봤다고 했다. 올해 고아가 된 아이골은 '장나라'를, 유명한 배우가 꿈이라는 바쯔이(13)는 '장길산'(유오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두 동생과 함께 온 졸라야(17)는 "항상 두 동생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한국에 함께 오게 되니 꿈만 같다"며 웃었다. 졸라야는 새엄마가 돈이 없다며 길거리로 내몰아 동생 둘을 데리고 거리 생활을 해야 했다. 지하 수도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빈병을 모았다.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앞니 하나가 없는 데다 영양상태가 안 좋아 몸집도 작은 졸라야는 13세로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졸라야는 "나중에 전자기술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 유학도 오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26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한국의 '선명회어린이합창단'도 함께 무대에 선다. 몽골에서 아이들의 상담 등을 맡고 있는 어용치맥(46.여)은 "아직도 몽골에는 도움이 필요한 거리의 아이가 수천 명이다. 한국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수익금 전액은 몽골의 거리아동을 위해 쓰인다. 월드비전(02-784-2004).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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