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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입은 생활용품, 집 안에 문화 향기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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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백화점 리빙관에서 30대 여성들이 리빙 브랜드 이딸라와 핀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클라우스 하파니에미가 함께 만든 식기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유명 화가의 그림이 그려진 컵으로 물을 마시고 조각가가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 위에서 책을 읽는다. 패션에 이어 리빙업계에서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각 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에 예술가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김수진(31·서울 잠실동)씨. 신혼살림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김씨는 얼마 전 식기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 여러 제품 중 김씨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유명 아티스트의 그림을 입힌 식기 세트였다. 김씨는 “특별한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으로 디자인된 것이 있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며 “미술작품과 생활용품의 만남이 색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식기·가구·가전으로 확산

최근 리빙 업계에 컬래버레이션 바람이 거세다. 가구나 식기, 가전 등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것.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식기 및 소품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브랜드다. 한국도자기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가 담긴 도자기 식기를 출시한 데 이어 국내 신진 팝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쾌하고 발랄한 디자인의 도자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딸라는 핀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클라우스 하파니에미가 오페라 ‘교활한 새끼 암여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탄시’ 컬렉션을 출시해 매니어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브랜드끼리의 컬래버레이션도 눈에 띈다. 인테리어 브랜드 까사미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손잡고 라인의 인기 캐릭터를 응용한 생활용품을 내놨다. 행남자기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인기를 얻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담은 머그컵을 선보여 10대부터 30·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사실 컬래버레이션은 패션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특히 유니클로, H&M 등 다국적 의류 브랜드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내놓곤 했다. 이런 움직임이 리빙 업계까지 확산돼 가구와 미술가, 가전제품과 디자이너, 식기와 캐릭터 등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빙 업계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테리어 등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엠스타일의 유미영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그릇 하나도 그냥 사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리빙 브랜드들이 각종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며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화를 소비하는 방법으로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떠오른 것. 한 도자기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수집하고 있는 주부 고지영(36·서울 잠원동)씨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은 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작가, 디자이너의 정성과 혼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예술품으로 인정받는다. 식기로 쓰기보다 집안을 꾸미는 오브제, 장식품으로 사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끼리 협업도 활발

리빙 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은 더 활발할 것 같다. 같은 가격이면 디자이너의 작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 하지만 기존 가격대보다 과하게 가격을 높인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실패한 사례가 많다. 소비자 역시 무작정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유미영 대표는 “제품을 구매할 때 디자인 외에 소재와 활용도, 브랜드 인지도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도희 기자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협력·합작이라는 뜻이다. 두 브랜드가 협력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거나 지명도 높은 아티스트나 전문가와 손 잡고 한정판을 내놓는 마케팅 기법이다. 주로 패션계에서 디자이너 간의 공동작업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최근에는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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