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생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무슨 보따리야?』
『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두 보따리네요.』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어서 집에 가려고 아버지·어머니께 드릴 조그마한 선물·고기·미역·생선·김·과일 등을 꾸려 싸는데 옆 가게 아줌마가 들어서며 물었다
이젠 우리 어머니도 50고개에 들어서신다. 어머니는 어릴 때도 생일이 구정 명절 며칠 전이라 생일떡을 못받으시고 식혜·조청 등 명절준비로 하신 음식을 미리 미리 장만하여 생일음식으로 대신하셨다고 한다. 외할머님께서는 생일떡 한번 못해줘 미안하다고 결혼 후 첫 생일 맞으셨을 때 떡을 해서 큰 외삼촌 편에 보내셨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교통이 좋지 않아 그 다음날 떡을 받으셨다고 한다.
겨우 30리 떨어진 읍내에서 생활하건만 집에 갈 기회가 많지 않다. 물론 부모님께서 쌀·반찬 등을 자주 가져다주시지만 내가 집에 갈때는 아버지·어머니의 생신 때뿐이다. 더구나 명절이면 더욱 바쁜 가게인지라….
『최양 엄마는 젊으시니 좋겠어.』
『아녜요, 이젠 우리 엄마도 50이예요. 엄마가 자꾸 늙어가시니 걱정이예요.』
『뭐? 엄마 0은 걱정이고 아가씨 나이는 생각 안 해 ? 다른 분들은 50이면 손자들 재롱을 보시는데, 더구나 맏이가 여태이니 빨리 결혼해 부모님 기쁘게 해드려야지!』하시는 옆집 아줌마 말씀 들으니 작년 아버지 생신 때 집에 가니 『또 혼자 오니? 다음엔 둘이 오너라』하셨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이번에 집에 가면 뭐라고 하실까? 조금은 죄송스런 생각이 든다. 정말 다음 부모님 생신 땐 둘이서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오랜만에 동생들과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생각에 마음은 들뜨고 생각은 집으로 달린다. 최금숙<충남논산군강원읍대흥리 16의 2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