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 사절단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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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일의 순조로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 환경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의 여러 상황은 지난해 4·4분기에 제기되었던 다소 낙관적 전망들조차 거두어들이도록 만들고 있다.
연구 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로는 올해 중 세계 무역이 연율 4∼5%의 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선진국간의 무역 마찰과 미국의 새로운 대 개도국 섬유 수입 규제, 의회와 업계의 여전한 보호주의 추세 등이다. 이처럼 경기와 무역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올해 무역 확대를 예견한 전문 기관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원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사실은 경기와 무역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작년 4·4 분기 중 의외로 회복세의 반락을 기록한데다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 연간 7백억 달러의 적자가 기록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대규모의 무역 적자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입 증대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를 반영한 수출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자국내 사정들이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자료는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달러 강세의 유지가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고금리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의 해결책을 대외적 보호주의에만 의존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해결 방식은 전통적으로 미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우리의 수출 노력에 크나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섬유류 수출 비중이 높은 많은 개도국들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의 경기 회복 추세가 저조한 주된 이유가 경기 회복이 미·일에 국한되어 있을 뿐 여타 서구 공업국과 개도국 등은 여전히 침체한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수출이 정상화되고 무역 적자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런 경기회복의 지역적 불균형이 해소되는 협조적 관계가 강화되어야 하며, 보호와 장벽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문제를 한미 통상에 국한시키더라도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경제도 올해는 본격적인 회복 추세에 들어설 것이므로 수입 증대는 필연적이다.
다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수출의 확대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이런 양국의 경기 사정으로 보아 올해의 한미 통상은 다른 때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우리는 올해가 미국 선거의 해이며 그런 시간적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여러 부정적 작용, 예컨대 실업 해소와 보호주의의 강화 요구가 높을 것으로 짐작은 된다. 그러나 그런 경제 외적 요인들은 고려될 부분이 제한적이어야 하며 보다 근본적인 관심도 세계 무역의 확대와 안정적 무역 환경의 개선이어야 한다.
작년 미국은 대 개도국 섬유수입에 대한 새로운 수입 규제 조치를 취했고 이번에는 철강에 대해서조차 다시 규제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상호주의 원칙의 강화라는 명분으로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고 이에 더하여 다시 일반 원칙에 의존한 이중 삼중의 보호 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중의 보호가 우리의 대미 수출에 미칠 악영향은 자명하다.
이미 우리는 올해부터 수입 자유화를 실행에 옮겼다. 외국인의 투자 환경도 계속 개선되고있다. 우리의 이 같은 협조적 결정들은 충분히 평가 받아야하며 이에 상응하는 대응적 조치를 기대할 근거를 제공한다. 미국 통상 사절단의 방한을 계기로 이런 우리의 사정이 충분히 납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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