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살까 … 미분양 잡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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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가 끊기면서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물판이 많이 나붙어 있다.

8.31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깊은 침묵에 빠져 있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 나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이런 침체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세보다 싸게 집을 장만하려면 급매물을 노리거나 법원 경매를 이용할 만하다. 가격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있는 즉시 입주 가능한 미분양 아파트를 고르는 것도 괜찮다. '특별한' 시장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집장만을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 급매물 장세, 당분간 계속=8.31 대책 이후 급매물은 특정 지역이나 평형에 한정되지 않고 고루 나온다. 세금 중과에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서둘러 팔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서다. 강철수 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간혹 해외이민이나 새 아파트 입주 등으로 내놓는 매물이 특히 싸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에선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많이 팔렸다. 6월 고점보다 최고 2억원 가량 떨어지자 일부 대기 수요자들이 매입한 때문이다.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거래는 뜸하다. 잠원동 양지부동산 이덕원 사장은 "매수자들이 급매물만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권과는 달리 강북권, 수도권 외곽, 지방 비투기지역에선 여전히 싼 매물이 있다. 내년 2주택자 양도세 실거래 부과를 앞두고 연내에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매수세가 뜸하기 때문이다. 노원구 K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10~20평형대 등 소형 아파트 매물 적체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 박모(45) 공인중개사는 "비투기지역은 급매물이 많은 연말이 1차 매수시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급매물은 내년에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8.31 대책 관련 법안들이 대부분 내년 이후 시행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론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 6월 1일)를 앞둔 3~5월께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강남권도 아직 바닥을 찍은 게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며 "내년에 값이 출렁일 때 급매물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당장 입주 가능한 미분양 아파트도 관심=주택업체들이 입주기간이 끝났거나 임박해서도 팔리지 않자 고객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양가를 깎아주거나 대출금 이자를 일정기간 대납해주는 곳도 있다.

다성건설은 서울 강동구 길동 다성이즈빌 31평형을 초기 분양가(2억890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 싸게 팔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입주한 이후 팔리지 않아 분양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우림건설도 내달초 입주하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 아파트 32평형(1층)을 당초 분양가 보다 10% 낮춘 2억3700만원대에 팔고 있다.

대주건설은 지난달 입주한 성동구 홍익동 아파트 31평형(분양가 3억4000만원)을 계약하면 분양가의 40%에 대한 1년간의 이자를 대납해 준다. 이 회사 관계자는 "700만원 정도 분양가를 할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방종건 김상훈 사장은 "장기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 위해 새시를 무료로 시공해주거나 PDP TV, 냉장고,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을 덤으로 주는 곳도 있다"며 "당장 새 아파트에 입주를 원하는 수요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교환거래시장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다. 교환거래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을 1대 1로 교환하는 것으로 불황기에 주로 이뤄지는 계약 유형이다. 자신의 매물을 처분하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 원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환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강남구 신사동의 한 중개업자는 "부동산 거래가 침체한 때문인지 고객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정도 늘었다. 잘 안 팔리는 상가나 땅을 주택으로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원갑 기자

단기급락 땐 매입

자영업자 박모(50)씨는 지난달 초 급매물로 나와 있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34평형을 매입했다. 당시 호가는 6억3000만원. 8.31 부동산대책이 예고된 6월 중순(8억원)보다 1억7000만원이나 떨어져 있었다.

박씨는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20% 이상 떨어져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매입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아파트 시세는 7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전셋값으로 집장만

회사원 김모(35)씨는 이 달초 법원경매를 통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27평형 빌라를 전셋값보다 싸게 장만했다. 이 빌라의 최초 감정가는 1억5000만원. 2회 유찰돼 최저 경매가가 960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최저경매가보다 1200만원 많은 1억800만원을 적어내 낙찰했다.

김씨는 "이 빌라 전셋값이 1억1000만원 정도인데 경매를 활용하면 적은 돈으로도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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