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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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춥다. 모두들 춥다, 춥다 하니까 더 춥다.
문풍지 한 겹으로 실내외를 가리던 시절도 있었거늘, 지금 사람들은 집도, 옷도 다른데 추위를 더 탄다. 그만큼 약골이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요즘은 길거리를 걷는 여성들마저도 스타킹에 부츠까지 신고 종종 걸음을 한다.
외국의 어떤 생리학자가 여성의 각선미와 추위의 관계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다리가 추위에 노출되면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의 일종)이 방출되어 지방이 분해된다. 그러나 다른 한쪽, 신체의 어딘가, 따뜻한 곳엔 그것을 벌충할 지방이 따로 축적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추위에도 마다 않고 다리를 드러내면 그 각선미는 더 아름다와지고 그 대신 가슴 쪽은 부푼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학자의 연구를 무턱 의신할 수만도 없다.
일본의 경우 최근 화이트 칼러 사무실의 쾌적 온도는 25도 정도로 맞추어 놓는다. 이것은 70년대의 24보다 1도가 높아진 온도다. 40년대의 14도와는 무려 11도나 차이가 난다.
흔히 사무실의 온도가 24도를 넘으면 웃도리를 벗고 와이셔츠바람으로 일한다. 한겨울에도 그런 차림으로 일하는 것은 보기 싫지 않다. 활동적이고 다이내믹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 1977년 오일쇼크를 맞았던 겨울에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가정의 온도를 10도로 낮추라고 특별 방송했던 기억이 난다. 부자 나라 사람들 치곤 가혹한 주문 같지만 미국 사람들이 큰 소리로 불평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결국 사람은 그만큼 환경 적응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춥다고 하면 더 추운 것도 그 때문이다.
생리학자의 이런 조사도 있었다. 어떤 남자가 20도의 환경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꼼짝 않고 앉아 있을 때 1분 동안의 산소 소비량은 3백89㎖였다. 그 온도를 5도로 내리면 산소 소비량은 5백30㎖로 36%나 증가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정신 작업을 하며 똑같은 환경 변화를 맞이하면 25% 증가. 그가 다시 육체 노동을 하면 산소 소비량은 불과 7% 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많이 움직이면 체내의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 체내에서 열이 발생, 체온도 높게 유시된다는 결론이다.
생물학 지식으로 말하면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몸의 산열 작용이 부진해 더 추위를 탄다는 얘기다.
추위 속에서도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 추위를 견디는 힘도 많아진다. 물론 청장년의 경우지만 오늘의 사람들은 너무 온실 직물처럼 안악과 무풍 속의 안주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강변에서 흑은 20도의 철골 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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