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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김기종 "10일 전 범행 계획 … 미 대사 혼내주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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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과도를 휘두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범행 직후 체포돼 종로경찰서에 끌려와 있다. 경찰은 형법상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뉴시스]

경찰은 5일 김철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미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55)씨를 붙잡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궁 중이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가는 길에 “10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혼자서 했다”며 “미 대사를 혼내주려 했다”고 말했다. 김씨 변호를 맡은 황상현 변호사는 “김씨가 (대사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전쟁훈련을 강행하니까 화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1984년 3월 진보성향 문화단체인 ‘우리마당’을 창립한 재야 운동가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역사 단절을 문화로 극복하겠다’며 여러 단체를 설립해 탈춤·판소리 등을 보급해 왔다. 96년 그가 설립한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가 개최한 토론회에는 우상호·이종걸·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06년 5월에는 ‘우리마당 독도지킴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본적을 독도로 옮기고 본격적인 반일운동에 나섰다. 방북도 8차례 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김씨가 폭력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으로 수차례 물의를 빚으면서 다른 활동가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리마당 침투사건’(88년 발생)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2007년 10월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0년 7월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하던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 두 개를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 등)로 구속기소됐고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 회원 3명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어버이연합에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김씨를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표현했다. 다혈질의 그가 외톨이로 지내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90년대 초반 김씨가 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 입원했고 간질 증세도 나타나 치유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생 김기창씨는 “형이 장남인데 다른 형제에게 짐을 떠넘기고 본인은 이상만 좇았다”며 “ 사회가 알아주지 않으니 자꾸 과격한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는 4~5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피해의식이 강해 국회 공청회에서 삐딱한 질문을 던지거나 욕설을 해 행사를 망치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혼이며 기초생활수급자다. 김씨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다세대주택의 건물주는 “ 최근 네댓 달 집세가 밀린 상태”라고 말했다.

채윤경·노진호·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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