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약 없는 폭탄' 이라크戰서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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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달 초순. 이라크 모처 상공에 나타난 미 공군 폭격기가 2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지상에서 이를 목격한 이라크군이 있었다면 의당 눈을 감고 귀를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폭탄은 지상에 닿는 순간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대신 화살촉 비슷한 금속 막대 수천개를 흩뿌렸을 뿐이다. 효과는 엄청났다.

폭격기가 겨냥한 목표물은 산산조각났다. 폭격기는 '작전 완료'를 타전한 뒤 유유히 귀환했다.

미군이 전사(戰史)상 처음으로 '폭약 없는 폭탄'을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했다고 UPI통신이 미 공군 간부들의 말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미 공군이 투하한 문제의 폭탄은 'CBU-107 공격무기'였다.

원래 폭탄이란 기폭장치로 폭약을 터뜨려 상대방을 최대한 많이 살상.파괴하는 것. 그러나 이 폭탄은 충돌 순간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금속 막대들을 분사시켜 목표물만 정확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전혀 개념이 다르다.

폭탄을 개발한 플로리다주 엘진 공군기지의 제임스 녹스 대령은 "'더 파괴력 있고 정밀한' 폭탄에서 '더 정밀하지만 파괴력은 덜한' 폭탄으로 첨단무기의 개념을 바꾼 것"이라며 "일례로 생물.화학무기 공장을 폭격할 경우 폭발 후 연기를 타고 병원체가 퍼질 수 있지만 CBU-107은 그럴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탄의 성격상 목표물은 레이더.안테나 등 소규모 목표물들" 이라고 덧붙였다.

미 공군이 지난해 6개월간 4천만달러를 쏟아부어 개발한 CBU-107은 무게가 4백54㎏이며 내부에 길이 38㎝(3백50개), 17.8㎝(1천개) 및 10센트 동전(2천4백개)크기의 텅스텐.강철 막대 3종이 축적돼 있다. F-16, B-52, F-15E 등의 전폭기가 폭탄을 투하하면 폭탄 꼬리에 달린 유도장치가 정확도를 오차 범위 9.14m 이내로 좁혀준다.

폭탄이 목표물에 부딪치면 금속 막대들이 시속 1천88㎞의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을 파고든다.

녹스 대령은 "목표물이 건물 옥상 안테나라면 건물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안테나만 제거할 수 있다"고 CBU-107의 정밀성을 자랑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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