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중"이라는 「외교메시지」 애용·대상이 주목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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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백악관에서 있은 첫 미·중공정상회담은 처음 1시간10분 동안 비공개회의로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는 중공 측에서 오학겸 외상을 포함한 5명의 수행원들이 배석하고, 미국 측에서는 「슐츠」국무장관·「와인버거」국방장관·「맥팔레인」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등 3명만 배석했다. 이 비공개회의가 끝난다음 「리건」재무장관·「볼드리지」상무장관·「블론크」통상대표가 추가배석한 확대회의로 이어졌다.
한국문제는 두 단계 회의 중「비공개 회의」라고 미 행정부 관리가 이름붙인 첫 단계회의에서 거론되었다. 그것은 한반도 문제가 갖는 민감한 뉘앙스를 쌍방이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말해준 것 같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회의의 배경을 설명한 미국 행정부 관리가 지적한「외교 메시지의 전달설」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다. 그는 그런 메시지가 한국 또는 북한에서 보낸 것인지, 아니면 미국 또는 중공이 입안한 것인지는 물론 어느 한쪽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된 것인지, 상호교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랭군 사건이래 조자양의 방미에 이르기까지 미 국무성 관리들이 말해온 일관된 한반도 관계 배경설명을 종합해보면 최소한 미국측이 전달했을법한 메시지의 내용은 유추가 가능하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미·중공의 공통된 이익과 부합되기 때문에 같이 노력해야 된다. 중공은 랭군사태 직후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해줬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랭군사태의 후유증이 그대로 남아있는 현재로서는 북한과의 접촉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와 같은 입장은 사실상 북한이나 중공쪽에 다음 행동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긴장고조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만큼 그쪽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이 있기전에는 미국측이 취할 행동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공이 어떤 메시지를 내어 놓을지는 알길이 없다.
미국관리들은 랭군사건이 있기전 중공여객기 납치사건때 중공은 『한국과의 접촉을 호전시키는 방향으로 조그마한 첫 걸음을 내디뎠고』랭군사건 직후에는 『행동면에서나 발언을 통해 상당히 협조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경을 방문한 호요방도 간접적이기는 하나 북한의 테러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관리들은 북한의 소련관계가 중공에 주는 압력 때문에 중공이 북한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영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 한계를 고려할 때 조자양은 이번 방미중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 측 제의」를 전달하는 정도로 그칠 것 같으며 북한 압력행사 등을 포함하는 독자적인 제의는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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