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佛 선생님들… 연금제 개혁안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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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교사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정부의 연금제 개혁안에 항의, 1백만명이 넘는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거리에 나선 지난 13일 총파업 시위에 이어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 40만명이 모인 19일 시위에서도 교사들이 선봉에 섰다. 교사들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번째 파업이다.

다른 공공부문 근로자에 비해 교사들의 분노가 큰 것은 연금제 개혁의 가장 큰 희생자가 자신들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연금제 개혁의 골자는 현재 37년6개월로 돼있는 연금 분담금 납부기간을 2020년까지 42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 대졸 취업자보다 2년 이상 오랜 학업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교사자격증을 따려면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통과한 뒤 최소 5년 이상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교수 자격시험을 위해 2~3년을 더 공부한 교사도 부지기수다. 25세 이전에 교사 자격을 얻는 것이 극히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68세 이상까지 일하지 않고서는 완전한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개혁 문제도 맞물려 있다. 프랑스 정부의 교육개혁안은 교육예산 축소를 위해 가급적 충원을 줄이고, 지방분권화에 발맞춰 교직원들의 지방 발령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업무 부담이 늘어가는 판에 처우와 근무환경의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교원들의 불만이다.

일부 지방의 과격 교사들은 바칼로레아나 기술학교의 자격시험 등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준엄한 경고를 하고 있고, 대부분의 노조 지도부도 '학생을 볼모로 삼는 행동'에는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교사들의 집단행동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철학교수 출신인 뤽 페리 교육부장관은 최근 파업 중인 교사들과 대화하기 위해 지방을 찾았다가 교육부가 배포한 개혁 홍보책자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이 일로 "책을 부메랑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철학자"라는 사회당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을 야당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현실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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